1970년에 출간된 이후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귀염둥이가 된 고양이 모그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 『안녕, 모그!』가 북극곰에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모그는 이제 너무 늙고 지쳐서 힘이 듭니다. 머리도 무겁고 발도 무겁고 꼬리조차 무겁습니다.
‘이제 영원히 잠들고 싶어.’
모그가 마음으로 말합니다. 그러자 모그의 몸은 영원한 잠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 순간 모그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옵니다. 영혼이 된 모그는 가족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모그의 영혼을 볼 수 없습니다. 이미 영혼이 된 모그는 가족들과 어떻게 이별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슬픔에 빠진 가족들은 또 어떻게 모그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두 번 이별한다!
그림책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가 주디스 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면, 고양이 모그 시리즈는 주디스 커를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로 사랑받게 만들었습니다. 1970년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로 시작된 고양이 모그 시리즈는 2002년 『안녕, 모그!』에서 고양이 모그가 하늘나라로 떠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모그의 영혼은 자신의 몸이 영원한 잠에 빠진 뒤에도 집 안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고양이 모그는 아직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오랫동안 슬픔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모든 이별에는 육체의 이별과 영혼의 이별이라는 두 번의 이별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안녕, 모그!』는 슬프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이별 그림책입니다.
이별을 대한 주디스 커의 자세
『안녕, 모그!』가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모그의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모그의 영혼이 우리를 계속 웃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줄곧 우리를 웃게 만든 것처럼, 주디스 커는 죽은 모그로 하여금 독자들을 줄곧 웃게 만듭니다. 주디스 커를 거장이라 일컬을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혹독했던 자신의 삶을 관통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죽은 고양이 모그가 살아있는 가족들과 독자들을 줄곧 웃기고 위로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별을 극복할 수 있는지 알려 줍니다. 우리는 이곳에 죽으러 온 것이 아니라 사랑하러 왔다는 것을, 삶과 죽음은 사랑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죽은 고양이 모그가 일깨워 줍니다.
주디스 커의 인생 캐릭터, 고양이 모그
일러스트레이터 주디스 커의 전기 『주디스 커』를 보면 주디스 커의 작품과 인생에서 고양이 모그 시리즈가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대인인 주디스 커는 유년 시절을 무시무시한 나치 치하에서 망명과 유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영국에 정착해서도 힘겨운 시절을 보내야했지요. 주디스 커의 삶은 나이젤 닐을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극적인 전환점을 맞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와 그림책 그리고 고양이 모그와 함께 주디스 커는 행복한 삶과 예술을 동시에 가꾸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행복한 만남에도 이별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주디스 커는 사랑하는 고양이 모그와 이별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도 이별했지요. 그림책 『안녕, 모그!』의 모델은 바로 주디스 커의 가족이고 인생입니다.
따라서 『안녕, 모그!』와 고양이 모그 시리즈에는 주디스의 가족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 촉촉하게 스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녕, 모그!』와 고양이 모그 시리즈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입니다.
모그의 부활!
2002년 『안녕, 모그!』로 세상을 떠났던 고양이 모그는 2015년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즈버리의 크리스마스 광고 애니메이션인 『모그의 크리스마스 소동』(Mog’s Christmas Calamity, https://youtu.be/kuRn2S7iPNU)으로 부활합니다. 고양이 모그는 작품 속 이야기에서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독자들의 가슴 속에는 영원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고양이 모그 시리즈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주디스 커 글·그림
영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입니다. 1923년 베를린에서 태어났지만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정권을 피해 영국에 정착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화가, BBC 방송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결혼 후 자녀들을 위해 첫 그림책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를 만들었습니다.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를 포함한 고양이 모그 시리즈와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 등을 쓰고 그렸습니다. 어린이 문학과 홀로코스트 교육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에 대영제국 4등 훈장을 받았습니다. 2019년 5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순영 옮김
강릉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이루리와 함께 북극곰 출판사를 설립하고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번역한 책으로는 『당신의 별자리』 『안돼!』 『곰아, 자니?』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똑똑해지는 약』 『우리집』 『한밤의 정원사』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우리 집에 용이 나타났어요』 등 50여 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