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에 버금가는 전쟁을 다룬 또 하나의 어린이 명작.
전 세계 홀로코스트 교육의 필독서, 드디어 한국어판이 출간되다.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나치 정권의 탄압을 피해 난민 생활을 했던 주디스 커의 자전적 동화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이 초판 발간52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판으로 출간됩니다. 열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독재자의 탄압과 긴박한 탈출 과정, 새로운 안식처를 찾기까지 여러 나라를 전전해야 했던 난민 생활까지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홀로코스트 교육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작품입니다. 영국 정부는 2012년 이 작품을 비롯한 주디스 커의 홀로코스트 3부작의 사회적 공헌과 기여를 인정하여 작가에게 대영제국 4등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목숨을 건 탈출 여정과 궁핍한 난민 생활에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는 주디스 커 가족의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의 가슴에도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독재자의 탄압과 탈출, 피난의 로드무비
1932년 겨울, 독일 베를린. 애나는 히틀러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곳곳에 붙은 포스터에서 그의 얼굴을 봅니다. 며칠 후 아침, 애나는 아픈 아빠가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애나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급하게 독일을 떠나야 했고, 남은 가족들도 비밀리에 독일을 탈출하여 아버지와 합류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애나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은 왜 갑자기 고향인 독일이 자기 가족에게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었다고 말하는지 말입니다.
히틀러 때문에 애나의 가족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독일을 잠시 피하기로 합니다.
대략 6개월을 예상했던 피난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애나의 가족은 안전하고 살 만한 새 안식처를 찾기 위해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고 또 넘습니다.
독재자의 탄압과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도 밝고 유쾌하게 지낸 유대인 가족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작가 주디스 커의 작품 속 분신인 애나는 베를린이 고향인 유대인 아이입니다. 나치를 맹렬히 비판한 작가인 아버지는 나치의 총살 명단에 오르는 등 애나의 가족은 풍전등화 같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어린 애나는 목숨을 건 탈출과 피난의 여정을 모험과 도전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작품은 전쟁과 정치적 탄압,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이 유대인 가족이 아이들의 고유한 권리, 즉 배우고 놀고 행복할 권리를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보여 줍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밝고 유쾌합니다. 이제 우리는 나치의 만행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했는지 잘 알기에,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가치들이 처참한 사회 정치 환경에도 꼭 지켜져야 하는지,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의 또 다른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주디스 커는 우리에겐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 등 모그 시리즈로 잘 알려진 그림책 작가입니다. 그런 주디스 커가 몇 편의 동화와 소설을 썼고, 특히 이 작품을 비롯한 홀로코스트 3부작으로 그 사회적 기여과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4등급 훈장을 받았습니다. 주디스 커는 자라나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해 주려 이 작품을 썼습니다. 20세기 역사상 가장 무자비했던 대학살의 시절을 다루지만,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문학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50년 넘게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영화로도 제작되고, 수많은 상을 휩쓸고, 평단의 극찬을 받아온 고전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을 이제 한국의 독자들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디스 글·그림
*추천사
주디스 커는 독특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주디스가 이룬 성과를 따라잡을 작가는 내 생각엔 아무도 없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세 권의 걸작을 창작했으며, 전부 다 직접 그
림을 그렸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는 역사상 최고의 그림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은 1971년에 첫 출간되어, 영화와 책, 역사적 기록의 가치로 그 시절을 모두에게 이야기해 준다. 『안네의 일기』부터 『길을 찾는 아이 데이비드』,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에 이르기까지 나치의 공포를 경험한 이들의 삶을 보여 주는 많은 작품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안네 프랑크 가족의 실화인 『안네의 일기』이다.
안네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나 주디스의 가족은 기적적으로 살았다. 안네의 가족이 가까스로 탈출해서 무사히 살아남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안네는 일기장에 어떤 이야기를 계속 썼을까?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안네처럼 새 삶을 누릴 기회를 찾지 못했다. 다행히 주디스 커는 우리를 위해 살아남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주디스의 아버지 알프레드 커는 독일의 유명 저널리스트로 나치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나치가 정권을 잡자, 알프레드 커의 책은 나치에 대한 전복으로 여겨져 에밀 졸라, 프란츠 카프카의 책들과 함께 불태워졌다. 알프레드는 무슨 일이 닥칠지 직감하고 제때 가족을 독일에서 탈출시킨다. 엄청나게 서둘렀기에 어린 주디스는 아끼던 분홍 토끼 인형을 남겨 두어 히틀러한테 빼앗긴다. 스위스로의 탈출, 난민의 경험,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정착하기까지 주디스 커가 말해 주는 실제 경험은 이 작품의 정수다. 이 힘 있는 스토리는 수십 년의 세월을 거치며 인류에게 엄청 유의미한 텍스트로 자리잡았다. 왜냐면 그것은 히틀러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전쟁을 일으키면 전제 정치와 억압, 고난 때문에 난민이 생겨난다. 지금 우리는 수백만 명의 경제적 난민까지 포함해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난민이 존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집, 가족, 친구 등 익숙한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집을 찾는 이 이야기는 어린 주디스 커의 실제 경험이다. 이 자전적 소설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건 그 수많은 역경과 슬픔의 경험 그 뒷이야기이다.
주디스의 오빠는 독일인이어서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억류당하기도 했다. 가족은 예전보다 훨씬 더 힘겨운 환경에서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주디스 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새 삶에 적응하는 법을 알아내어 마침내 ‘영국인’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주디스 커는 자신의 또 다른 명작 『고양이 모그』시리즈,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처럼 힘겨웠던 시절의 경험을 우아하고 절제된, 하지만 긍정적인 목소리로 들려준다.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은 읽는 이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부드럽고 호소력 짙은 책이다.
마이클 모퍼고
(영국 계관 아동문학가. 『켄즈케 왕국』, 『워 호스』등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