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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막동, 김점순, 도귀례, 박점례, 안기임, 양양금, 윤금순, 조남순, 최영자 글 | 김선자 기획

발행일 : 2016년 4월 15일

형태 : 184쪽, 123×200

ISBN : 9791186797280

스마트 스토어 YRURY BOOKS

이것은 시집일 뿐 아니라, 아주 빼어난 시집이다!

곡성 할머니들이 삶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가 도서출판 북극곰에서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제목 『시집살이 詩집살이』는 할머니들이 며느리로서 살아온 ‘시집살이’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작한 ‘詩집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곡성의 아홉 시인들은 124편의 시를 통해 삶의 애환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애절하게 노래하여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영광 시인은 할머니들의 시를 보고 ‘놀랍고 감동스럽다’며, 단순히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 모음집이 아니라, 빼어난 시집이라고 극찬했다.

『시집살이 詩집살이』가 정식으로 출간되다

지난 1월 늦게 배운 한글로 시를 써서 문학상까지 받은 곡성 할머니들이 시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었다. 기사에는 시집이 출간된 것으로 나왔지만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출판된 책이 아니라 문집형태였기 때문이다. 이제 곡성 할머니들이 삶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가 도서출판 북극곰에서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제목 『시집살이 詩집살이』는 할머니들이 며느리로서 살아온 ‘시집살이’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작한 ‘詩집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한 ‘길작은도서관’

곡성 할머니들이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 덕분이다. 김선자 관장은 곡성교육지원청 순회사서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사는 서봉 마을에 ‘길작은도서관’을 열었고 곧 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이 되었다.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놀러 왔고 할머니들은 도서관의 책 정리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자꾸 책을 거꾸로 꽂았다. 잘못 꽂혔다고 말씀드리면 엉뚱한 책을 빼내기도 했다. 그렇게 김선자 관장은 할머니들이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 한글 교실을 열었다.
동시와 그림책을 보며 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늦게 글을 배우니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배우려는 열정만큼은 어린아이 못지않았다. 할머니들은 일하다가 생각나서 적어봤다며 이면지에 시를 써오기도 하고,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려오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고 나니 ‘눈을 뜬 것처럼 딴 세상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한글을 배우고 나니 상점 간판이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있어서 좋고, 전화도 스스로 번호를 누를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김선자 관장은 할머니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한 것이다.

이것은 시집일 뿐 아니라, 아주 빼어난 시집이다

김선자 관장이 할머니들의 시집을 내고 싶다고 생각을 한 것은, 2013년에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상을 받고 나서부터였다. 할머니 몇 분의 시를 제출했는데 두 분 할머니의 시가 장려상을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2015년에는 곡성 군민을 대상으로 한 곡성문학상에서 네 분의 할머니가 일반부로 응모해 장려상을 받았다.
북극곰이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출간하게 된 것도 할머니들의 시를 보고 감동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김선자 관장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다. 할머니의 시는 이루리 작가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놀라게 하고, 눈물이 나게 했다. 할머니들의 시에는 문학적 소양이나 화려한 기교를 잊게 하는 진짜 감동이 있었던 것이다.
이영광 시인 역시 할머니들의 시를 보며 ‘놀랍고 감동스럽다’라며, 단순히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 모음집이 아니라, 빼어난 시집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시를 보면서 시는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으며, 할머니들의 시집살이와 농사일로 버무려진 고단한 삶이 합쳐져, 눈물겨운 시의 꽃밭으로 피어났다고 평했다.

할머니들이 부르는 삶의 노래가 주는 치유와 위로

눈이 사뿐사뿐 오네 /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 사뿐사뿐 걸어오네.
-눈, 김점순

쇠 담뱃대를 밤새도록 땅땅 때리는 시할머니를 보면 시집살이의 고단함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을라치면 큰동서가 시집살이를 시킨다. 마실을 가려고 해도 시아버지 눈치를 봐가며 바느질거리를 들고 간다. 김점순 할머니 눈에 사뿐사뿐 오는 눈은, 시어른이 어려워 조심조심 다니는 며느리 같다.

늙은께 삐다구가 다 아픈지 / 한 발짝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 왈칵 밤이 내려와 앉는갑다.
-산중의 밤, 도귀례

할머니들은 새벽부터 밤이 내려오는 저녁까지 농사일을 한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산짐승이 내려와 곡식을 다 먹어버려 속상해도 어쩔 수 없이 온종일 일을 한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몸이 아파 농사짓기가 어려워져도, 자식들과 손자 손녀에게 주려고 고구마 농사를 짓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어두컴컴해진 길이 몸이 아파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진다.

사박사박 / 장독에도 / 지붕에도 / 대나무에도 /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 잘 살았다 / 잘 견뎠다 / 사박사박
-눈, 윤금순

할머니들의 시는 ‘잘 살았다’, ‘잘 견뎠다’라고 부르는 위로의 노래다. 할머니들처럼 시집살이나 농사일을 짓지 않은 이들에게도 할머니들의 위로는 유효하다. 오랜 세월 인고의 삶을 살아낸 할머니들이 부르는 ‘삶의 노래’는 많은 독자에게도 치유와 위로의 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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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동, 김점순, 도귀례, 박점례, 안기임, 양양금, 윤금순, 조남순, 최영자 글

전남 곡성 서봉마을에서 농사도 짓고 시도 짓는 할머니들입니다. 길작은도서관에서 김선자 관장으로부터 동시와 그림책으로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할머니들의 삶과 동시와 그림책이 만나 깊고 아름다운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완성했습니다.

곡성의 시인들을 소개합니다

김선자_곡성 길작은도서관 관장

여시골을 지나 사랑재를 넘어 심심산골의 마을, 산골짜기를 따라 울먹울먹 불거지는 물줄기들이 한데 모여 불끈거리는 강이 되는 마을,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마을입니다.

십여 년 전 이사 와서 지내다 보니 새벽부터 밤늦도록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할머니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돌봐주는 이 없이 저녁 늦게까지 고샅을 빙빙 맴돌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작은 도서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서 내내 즐거웠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몇몇 할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정리하는데 책이 거꾸로 꽂혔다고 했더니 엉뚱한 책을 빼냈습니다. 그제야 글을 모르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글을 가르쳐 드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교재가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군 평생학습기관에서 교재를 지원받았습니다. 퇴근 후 하는 수업이라 힘에 부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종일 땡볕에서 일하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에고 에고’ 하시며 참석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연필을 잡아 보신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을에 야학이 들어와서 갔다가 아버지한테 몽둥이로 맞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글을 배우면 시집가서 편지 나부랭이나 하니 배우면 안 된다는 부모님 때문에 학교 문턱도 못 가봤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름 한번 써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분, 글을 배워서 자식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2011년부터 간간이 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2013년에는 시화전에 장려상을 받는 분이 두 분이나 나왔습니다. 그때 할머니들 시집을 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습니다.

글도 잘 모르는데 시는 무슨 시냐고 손사래를 치시는 할머니들과 그림책을 같이 읽고 동시집도 읽고 받아쓰기도 했습니다. 이면지를 많이 구해서 부담 없이 받아쓰기도 하고 큰 글씨 그림책을 따라 쓰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들은 일하다가 생각나서 적어 보았다며 안내문 뒷면에 시를 써 오기도 하시고, 달력 뒷장에 시를 써 오거나 그림을 그려 오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님들이 수줍게 내민 손에서 받아든 시가 벌써 124편이나 되는지 몰랐습니다.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가 요양원에 가신 분도 계시고 자녀 집에 가신 분도 계십니다. 또한, 무릎이 안 좋아 잘 걷지를 못하시다가 설상가상 허리 수술까지 받으셔서 집에 누워 계신 분도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이제 한글을 배우고 나니 ‘눈을 뜬 것처럼 딴 세상을 사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한글을 배우니 돌아서면 잊어버린다고도 하십니다. 정말 한 주 쉬고 수업을 하려고 하면 받침글자는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겨울방학 한다고 한 달 정도를 쉬면 한 글자 한 글자를 되물어 보시며 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쓰시는 분은 애교스럽습니다. 써 오신 시는 해독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당신들은 더듬거리면서도 잘 읽으십니다. 들으면서 “아, 저 말이구나!” 할 때가 많습니다.

자녀분 댁에 몇 개월씩 계시다 오시는 분은 다 잊어버렸다고 “나는 벅구여 벅구.” 하시며 수업 나오기를 꺼리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함께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잘못 읽어도 괜찮다고 놀러 나오시라고 하면 용기를 내어 나오십니다.

이런 할머니들이 수년간에 걸쳐서 지은 시입니다. 아니, 삶입니다. 할머니들의 시는 제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림도 처음보다 실력이 부쩍 늘었습니다. “와!” 하고 감탄이 나올 만큼 잘 그립니다.
“추접스런디 얼굴은 내지 마시오.”
“그럼 자화상이라도 그리시게요.”
그렇게 해서 한 장 한 장 그린 그림으로 할머니들 모습을 대신합니다.

제게는 오랫동안 할머니들과 함께하며 꼭 해드리고 싶은 숙제 같은 것이 시집이었습니다. 이루리 작가님께 추천사를 부탁하고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계획이 어긋났습니다. 실망에 잠겨 힘들어할 때 격려해주신 이루리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간절하게 바라면서 준비하였는데 이렇게 북극곰 출판사에서 출간해 주신다고 하셔서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세심하게 챙겨주신 이순영 대표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두 번째 詩집살이

이영광 – 시인, 고려대 교수

글 모르던 시골 할머니들이 글을 배워 시 모음집을 엮었다고 해서 호기심에 읽어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것은 시집일 뿐 아니라, 아주 빼어난 시집이다. 이 책의 시편들에는 뭐랄까, 시 이전의 느낌이 있다. 읽을수록, 시는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시는 인생 희로애락에 대한 특별한 감흥과 발견을 담아야 하지만, 온갖 상상력과 기교를 가진 전문 문인들에게도 그건 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시집의 시편들은 그걸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생활의 말에 녹여낸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시인으로 태어나지만, 살아가며 제 안의 시인을 잃어버리고 마는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원래 들어 있던, 그 시인이라는 심성과 감정과 가락을 꺼내어, 이분들은 기교 없이도 삶을 시로 썩 잘 바꾸어낸다.

이 시집의 제재를 간추리면 시집살이와 농사일이 될 것이고, 달리 말하면 ‘참고 살았다’와 ‘일만 하고 살았다’가 될 것이다. 고생스런 삶도 살 만한 게 되려면, 말은 하게 해야 하고, 고단한 몸은 또 쉬게 해야 한다. 긴 시간이 흘러, 그 말과 쉼이 하나로 합쳐져 눈물겨운 시의 꽃밭으로 피어났다. 마을 ‘회관’에 모여 ‘화토’를 치는 나날은 이 나라 농촌의 흔한 풍경이지만, 전라도 곡성 땅에선 이런 아름다운 노래가 다 나오는구나. 간난신고의 세월 끝에‘잘 살았다, 잘 견뎠다’고 나직이 읊조리는, 할머니들의 두 번째 ‘詩집살이’가 놀랍고 감동스럽다.

할머니들이 부르는 삶의 노래

이루리 – 『까만 코다』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저자

지난 겨울 저는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님으로부터 추천사를 부탁 받았습니다. 받고 보니 아주 특별한 시집의 추천사였습니다. 바로 곡성 할머니들의 시집이었습니다.

남편이 죽으믄 땅에 묻고 / 자식이 죽으믄 가슴에 묻는다.
― 『의미』 김막동

김막동 할머니의 시를 읽다가 가슴이 탁 막힙니다. 이것은 말로 지은 시가 아니라 인생으로 지은 시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땅에 묻고 자식을 가슴에 묻은 사람만 쓸 수 있는 시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만들어 본 / 눈사람 / 크게 만들고 / 작게 만들고 / 숯뎅이로 껌정 박고 / 버선 씌워 모자 만들고 / 손도 없고 발도 없어 / 도망도 못 가는 눈사람 / 지천듣고 시무룩 / 벌서는 눈사람.
― 『눈사람』 김막동

보통 어렸을 때 눈사람을 만든 기억은 행복합니다. 그런데 지금 김막동 할머니의 눈사람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숯뎅이로 껌정 박고, 버선 씌워 모자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기 시작한 눈사람이 ‘손도 없고 발도 없어’ 도망도 못 가고, ‘지천 듣고 시무룩 벌서는 눈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만든 눈사람이 어느새 자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도망도 못 가고 벌서는 눈사람에 자신의 삶을 투영시킬 수밖에 없는 김막동 할머니의 삶이 우리 할머니들이 살아온 삶 같아서 눈물 납니다.

눈이 사뿐사뿐 오네 /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 사뿐사뿐 걸어오네.
― 『눈』 김점순

김막동 할머니는 눈사람으로 제 속을 뒤집어 놓더니, 김점순 할머니는 바로 ‘눈’ 한 글자로 저를 놀라게 합니다. 눈은 원래 ‘사뿐사뿐’ 옵니다. 근데 그 눈이 모두 며느리인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며느리 눈들이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사뿐사뿐 오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제 저는 눈이 올 때마다 울 것입니다. 눈이 올 때마다 이제 괜찮다고, 이제 다 괜찮다고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릴 것입니다.

늙은께 삐다구가 다 아픈지 / 한 발짝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 왈칵 밤이 내려와 앉는갑다.
― 『산중의 밤』 도귀례

어릴 때는 밤이 오는 것이 반갑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더 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도귀례 할머니는 ‘왈칵 내려와 앉는’ 밤이 반갑습니다. ‘늙은께 삐다구가 다 아픈지 한 발짝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밤이 왔기 때문입니다. 오직 밤만이 할머니에게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젖 떨어진 동생에게 준 / 흰 밥이 / 어찌 맛나 보여 먹고 잡던지.
― 『가난』 박점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게 닥친 전쟁과 가난과 시련은 너무나 혹독하고 참담합니다. 지금은 아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박점례 할머니는 ‘젖 떨어진 동생에게 준 흰 밥이 어찌 맛나 보여 먹고 잡던지’ 빼앗아 먹고 싶던 어린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사셨습니다.

애기 젖 먹여 놓고 / 오장 상한께 / 날마다 산으로 갔지 / 한 단 한 단 해 놓은 나뭇단이 / 설움만큼 높게도 / 뒷담에 쭈르라니 쟁여졌지.
― 『그대 이름은 바람』 안기임

할머니들의 삶은 모두 대하드라마입니다. 시집살이도 고되지만 두 집 살림 하는 ‘남편의 빈 자리’가 더 고됩니다. 안기임 할머니는 ‘애기 젖 먹여 놓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 때문에 ‘오장 상한께 날마다 산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 단 한 단 해 놓은 나뭇단이 설움만큼 높게도 뒷담에 쭈르라니’ 쟁여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머니들의 설움을 달랠 수 있을까요? 할머니들 손을 잡고 마음으로나마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할머니!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제 다 괜찮아요.’

인자 허리 아프고 / 몸이 아프고 / 몸이 마음대로 안된께 / 마음이 쎄하다 / 저 사람은 저렇게 빤듯이 / 걸어가니 좋것다 / 나는 언제 저 사람처럼 / 잘 걸어 갈끄나.
― 『좋겠다』 양양금

꼬부랑 할머니가 반듯이 걸어가는 젊은이를 바라봅니다. 양양금 할머니는 ‘인자 허리 아프고 몸이 아프고 몸이 마음대로 안된께 마음이 쎄’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할머니가 ‘나는 언제 저 사람처럼 잘 걸어 갈끄나.’라고 하시는 바람에 ‘쎄’합니다.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할머니도 알고 저도 알기 때문입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뭔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살이 때문에 마음이 ‘쎄’합니다.

사박사박 / 장독에도 / 지붕에도 / 대나무에도 / 걸어가는 내 머리위에도 / 잘 살았다 / 잘 견뎠다 / 사박사박
― 『눈』 윤금순

윤금순 할머니의 ‘눈’은 ‘사박사박’ 옵니다.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위에도’ 사박사박 옵니다. 할머니의 귀에는 사박사박 하는 소리가 토닥토닥 하는 소리로 들립니다. 윤금순 할머니의 눈앞에는 어린이 윤금순, 소녀 윤금순, 며느리 윤금순, 엄마 윤금순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윤금순에게 잘 살았다고, 잘 견뎠다고 다독여주는 윤금순 할머니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뇌성이 때글때글해서 / 고양이만기로 / 가만히 앉어 있었어 / 어찌나 무섭던지.
― 『뇌성』 조남순

천둥소리는 언제 들어도 무섭습니다. 조남순 할머니는‘고양이만기로 가만히 앉어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고양이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리셨을까요? 아니면 당신을 고양이처럼 애처롭게 여기신 걸까요? 아니면 ‘고양이만기로 가만히 앉어’ 있어야 했던 당신의 인생을 통째로 돌아보시는 걸까요? 부디 할머니를 공포로 몰아넣은 뇌성이 포성이나 총성은 아니기를 기원합니다.

이날 평생 길쌈해서 / 적삼 하나 얻었더니 / 남을 줘 버렸네.
― 『큰동서2』 최영자

전쟁도 견디고 가난도 견디고 엄한 시집살이도 견뎠는데 시련은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제는 동서 차례입니다. 물론 나쁜 시절만 있진 않았겠지요. 한 번씩 속을 뒤집어 놓는 그대 이름은 미운 동서입니다. 최영자 할머니 큰동서 말입니다. 최영자 할머니가 ‘이날 평생 길쌈해서 적삼 하나 얻었더니 남을 줘 버’린 큰동서님! 그런 적 있지 말입니다?

저는 요즘 매일 곡성 할머니들의 시집을 읽습니다. 시집을 읽다가 할머니들의 시들이 너무도 눈이 부셔서 웁니다. 할머니들은 인생을 시로 쓰지 않고 시를 인생으로 지었습니다. 할머니들의 시에는 문학적 소양이나 화려한 기교 따위를 잊게 만드는 진짜 감동이 있습니다.
맛깔스런 사투리가 두근두근 심장을 두드립니다. 할머니들의 순수한 목소리가 스르르 심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습니다. 할머니들의 진심 앞에서 제 마음은 속수무책입니다. 세상 모든 이에게 곡성 할머니들이 부르는 삶의 노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발간사_곡성의 시인들을 소개합니다 5

김막동 15
결혼 | 징병 | 시어메 | 구경 | 남편 | 가난1 | 눈사람 | 가난2 | 부부싸움 | 세월 | 동행 | 남편2 | 의미

김점순 31
시집 | 시집2 | 시집3 | 시집4 | 시집살이 | 징병 | 마실 | 휴가 | 노름 | 변화 | 우리가 살아온 세상 | 눈 | 겨울

도귀례 47
오다 말다 하는 비 | 여름날 | 도라지 씨 | 가을걷이 | 마늘 품앗이 | 봄날 | 새떼 | 릴레이 | 겨울 회관 | 큰 눈 | 생일 | 산중의 밤 | 토란 | 서당골 안개 | 환장하것어 | 밭농사 | 콩 타작 | 비 오는 날 | 일 끝에는 | 오래 사시쇼 | 뇌성

박점례 71
옥수수 | 뽀실비 | 서럽다 | 뇌성 | 소나기 | 여름 일 | 추석1 | 추석2 | 봄 농사 | 가난 | 겨울1 | 겨울2

안기임 85
넘새밭에서 | 속은 타들어가고 | 그대 이름은 바람 | 남편1 | 회상 | 시집살이 | 이런 재미 저런 재미 | 소싯적에 | 잠실농사 | 남편2 | 지금도 생각하믄 | 누에 키우기1 | 누에 키우기2 | 수박 농사 | 큰일 날 뻔했시야 | 누에 키우기3

양양금 109
한숨만 나와 | 나뭇잎 | 보슬보슬 오는 비 | 좋겠다 | 해당화 | 여름 일 | 추석1 | 추석2 | 큰비 | 곡성 | 봄이여 | 달 | 소쩍새 | 시집 | 소내기 | 눈 | TV켜기 | 말바우 생강 | 단풍 | 시집살이

윤금순 133
연상연하 | 소원 | 서글플 때가 지라 | 선산이 거기 있고 | 눈

조남순 143
소 | 화전놀이 | 동백꽃 | 오해 | 쑥밥 | 시집살이 | 가난 | 날 뜨거운께 | 세월 | 추석 | 겨울 | 눈이 쌀이라믄 | 둥지 | 밀떡 | 뇌성 | 뜨겁다

최영자 163
큰동서1 | 큰동서2 | 가난 | 장례식장에서 | 남편 | 소풍 | 시집 | 눈

추천사1_두 번째 詩집살이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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