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상처부터 터전을 잃은 길 위 동물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까지,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영혼과 생명을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는 황선옥 작가의 창작 동화집
『솜다리꽃의 약속』은 리딩게이트 창작동화 공모전 당선 및 아동문학평론 동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황선옥 작가의 첫 번째 동화집입니다.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전쟁으로 피폐해진 자연과 어린 소년병의 시각으로 바라본 표제작 「솜다리꽃의 약속」을 비롯하여, 엄마와 떨어진 오랑우탄의 새 동물원 적응기 「빌리와 매점 아저씨」, 숲속 동물들과 농사꾼 할아버지의 밭을 둘러싼 유쾌한 대결 「고구마 대작전」, 길냥이들의 고달픈 생존기 「왕대가리」,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가 실린 동화집입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부터 터전을 잃은 동물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까지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영혼과 생명을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는 네 편의 주옥 같은 동화를 만나 보세요.
아직도 현재형인 전쟁의 상처를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동화 「솜다리꽃의 약속」
「솜다리꽃의 약속」은 전쟁의 화염으로 처참하게 피폐해진 자연의 생명(솜다리꽃)과 어린 소년병의 입장에서 전쟁의 상처를 이야기합니다. ‘한국의 에델바이스’라고도 불리는 솜다리꽃은 비무장지대에서도 자생하는 야생화로 처참했던 전쟁의 자연측 증인이기도 합니다. 이 솜다리꽃과 인민군 소년병, 선우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서로를 지켜줍니다. 2022년4월, 아동의 권리를 명시한 각종 국제협약과 법률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전쟁에 동원되는 먼 이웃나라의 소년병 뉴스를 접합니다. “늙은이들이 전쟁을 선포하지만,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 란 미국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1874~1964)의 말처럼 21세기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도 “아동” 임을 새삼 절실히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솜다리꽃의 약속」은 오래된 과거를 다룬 전쟁 동화가 아니라 지금 현재, 어쩌면 우리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전쟁의 아픔을 가장 큰 피해자 아동의 입장에서 바라본 귀중한 동화입니다.
낯선 환경과 현실에 부딪히고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 「고구마 대작전」, 「빌리와 매점 아저씨」, 「왕대가리」
「고구마 대작전」에는 늘 먹이를 구하던 곳이 갑자기 밭으로 변해 버려 황당한 숲속 동물들이 나옵니다. 동물들은 밭을 일군 농사꾼 할아버지를 혼내려고 면밀하게 작전을 세웁니다. 과연 동물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빌리와 매점 아저씨」에는 엄마와 떨어져 낯선 동물원으로 혼자 오게 된 오랑우탄, 빌리가 나옵니다. 빌리는 새로운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늘 엄마를 그리며 외로워합니다. 그런 빌리에게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아저씨. 빌리와 아저씨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요?
「왕대가리」는 청동 소머리 동상이 있는 공원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길냥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곳에는 근엄하게 소머리 동상 위를 차지하고 있는 ‘왕대가리’라는 큰 덩치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공원에서 살아가는 길냥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보호받고 싶은 마음에 왕대가리에게 쥐를 갖다 바치기 시작합니다. 쥐잡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어떨 땐 목숨까지 내놓아야 합니다. 길냥이들의 위험천만한 쥐잡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매일매일 낯설고 두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약자들의 마음을 동물과 자연에 빗대어 섬세하게 그려낸 동화
매일매일의 삶이 낯설고 두렵기는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며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아이들이라고 해서 마냥 호기심으로 즐겁게 대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슬기롭게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잘 쓰여진 동화 작품은 어린 독자들이 작품 속 새로운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게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낯설고 두려운 현실과 마주하더라도 버틸 맷집과 헤쳐나갈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솜다리꽃의 약속』에서 보여주는 상황들은 모두 주인공의 의지와 바람과는 상관없이 펼쳐지는 냉혹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지요. 작가는 한결같이 용감하게 헤쳐나가라고 주인공을 몰아세우거나 억지스런 교훈으로 독자를 이끌고 가지 않습니다. 이야기마다 보여주는 작가의 메시지는 다양합니다. 어떤 경우엔 유쾌한 공생의 길을 보여주고, 또 어떤 경우엔 현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결코 잊지 않고 챙기겠다는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어린 독자들은 네 편의 동화를 통해 다른 누군가의 삶을 진하게 경험하고 느끼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챙기게 될 것입니다.
황선옥 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습니다. 2017년 아동문학평론 겨울호에 단편 동화 「위험한 이사」가 당선되며 동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DMZ에 관한 꾸준한 관심과 연구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고, 지금은 글을 쓰며 상상하는 게 즐겁습니다.
모지애 그림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하며, 미술과 관련된 여러 분야의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루리 그림책수업 11기를 수료하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며 첫 그림책을 준비 중입니다. 자전거 타며 예쁜 풍경 속에서 상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구마 대작전
빌리와 매점 아저씨
솜다리꽃의 약속
왕대가리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