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 선정
독일청소년 문학상 수상
『이게 뭘까? Mausemarchen – Riesengeschichte』는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안네게르트 푹스후버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으며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1983년에 발표되어 그 해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듬 해에는 ‘독일청소년문학상(그림책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두 개의 표지를 가진 작품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용감한 생쥐의 이야기와 겁 많은 거인의 이야기가 책 한 가운데서 만나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작품입니다. 앞면도 없고 뒷면도 없는 독특하고도 기발한 구성과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이 만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생쥐 이야기와 거인 이야기가 만나는 한 장의 그림이 있습니다. 드넓은 숲 속 벌판에 바르톨로가 누워있고 누워있는 바르톨로의 손 안에 다시 생쥐 한 마리가 누워있습니다. 생쥐이야기와 거인이야기는 이 장면으로 끝이 나지만 거인 바르톨로와 생쥐의 우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작가 안네게르트 푹스후버는 거인 바르톨로와 생쥐 로진헨의 아름다운 인연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따뜻하고 세밀한 그림과 노랫말처럼 운율 있는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생쥐와 거인의 이야기를 듣고 난 독자들은 그들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그들의 아름답고 간절한 꿈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걸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안네게르트 푹스후버 글, 그림
1940년 독일의 막데부르크에서 태어난 안네게르트 푹스후버(Annegert Fuchshuber)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욱스부르크 미술학교를 나온 푹스후버는 1964년부터 평생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습니다. 푹스후버가 마지막까지 일했던 티네만 출판사(Thienemann Verlag)에서만 70만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녀가 작업한 수많은 책은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이었을 뿐 아니라, 모두 열다섯 개의 외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푹스후버는 1994년 “아동 청소년 도서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푹스후버가 직접 쓰고, 직접 그린 책 『이게 뭘까? Mausemarchen – Riesengeschichte』는 “1983년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책들”에 선정되었고, 푹스후버는 이 책으로 1984년”독일청소년문학상”(그림책 부문)을 받았습니다. 1998년 푹스후버가 사망한 뒤에도 독일 어린이 그림책을 대표하는 푹스후버의 작품들은 아름다운 그림과 그 안에 담은 따뜻한 메시지로 세계 여러 나라 독자들의 심장을 더욱 뜨겁고 힘차게 뛰도록 만들었습니다.
『카르미나 부라나 Carmina Burana』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곡가 카를 오르프(Carl Orff)는 자신의 오페라 『달 Der Mond』 이야기를 어린이를 위한 작은 동화책으로 펴낸 적이 있습니다. 이 특별한 동화책을 위해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이 필요했는데, 그 일러스트레이션도 푹스후버의 그림이었지요. 비록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지만, 2003년 푹스후버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예외적으로 “독일 음악 에디션 상 Deutscher Musikeditionspreis”을 받았습니다. 푹스후버의 그림을 보면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일까요? 우리말로 소개된 책으로는 그녀가 직접 쓰고 그린 책 『둘이 많다고』가 있고, 독일의 유명한 작가 미하엘 엔데의 동화 『꿈을 먹는 요정』의 환상적인 삽화도 그녀의 작품입니다.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색감과 사색의 깊이가 느껴지는 세밀화가 바로 안네게르트 푹스후버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매력입니다.
손성현 옮김
1971년 대전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다산글방』 번역실에서 근무하다 독일로 유학하여 튀빙겐 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좋은 책을 번역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번역한 책으로는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몸으로 읽는 성서 – 비블리오 드라마』, 『성서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린이의 다섯 가지 중대한 질문』,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 『가공된 신화, 인간』, 『생태주의자 예수』, 『역사적 예수』, 『크리스마스의 해방』, 『안톤 카이투스의 모험』 등이 있습니다.
내 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동화작가 | 이루리
도대체 이게 뭘까요?
책 제목이 『이게 뭘까?』라니요! 표지에는 생쥐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올라 어딘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건 생쥐인데 설마 이걸 묻는 건 아니겠지요. 도대체 이게 뭘까요?
첫 장을 펼치면 표지에 나왔던 생쥐가 등장합니다. 이 녀석이 주인공인 건 분명합니다. 게다가 녀석은 심하게 겁이 없어서, 다르게 말하자면 정말 용감한 녀석이라서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나무에 올라 구경 중입니다.
생쥐는 용감한데다가 영리하고 동작까지 빨라서 어떤 동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지만 친구가 없었습니다. 다른 쥐들은 모두 겁이 많은데 이 녀석만 겁이 없으니 다른 쥐들 입장에서는 이 녀석이야말로 무서운 놈일 것입니다. 결국 녀석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친구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새로 만나는 동물들도 녀석을 피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하고 전혀 다르게 생긴데다가 겁도 없는 이상한 생쥐를 누가 두려움 없이 반길 수 있을까요?
몸도 마음도 지친 생쥐가 해질 무렵 벌판에 도착하니 누군가 솜이불을 펼쳐 놓았네요. 생쥐는 솜이불 위에 올라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었습니다. 그렇게 쉬고 있자니 뭔가가 자기를 쓰다듬는 거예요. 도대체 이게 뭘까요?
문이 두 개인 그림책
생쥐 이야기의 결말을 알기 위해 다음 장을 펼친 독자들은 입을 쩍 벌리게 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생쥐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서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자세히 관찰하면 주인공 생쥐가 진짜 생쥐만큼 조그마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일은 다음 장에서 벌어집니다.어렵게 주인공 생쥐를 찾은 독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알기 위해 책장을 넘기면 생쥐는 온데간데없고 하늘과 땅이 뒤바뀐 그림이 나타납니다! 도대체 이건 또 뭘까요?거꾸로 된 그림을 보고 인쇄가 잘못된 파본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이 책은 표지가 두 개인 그림책이니까요. 이쪽에서는 생쥐 이야기가 시작되고 저쪽에서는 거인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그리고 가운데서 두 이야기가 만납니다. 어느 쪽을 먼저 읽든 상관없지만 반대편 이야기를 보려면 중간부터 책을 뒤집어 보아야 합니다. 물론 몇몇 독자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끝까지 거꾸로 읽더군요. 대단히 무던하든가 게으른 분들입니다.
나카가와 모토코는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에서 이 책의 독특한 구조에 대해 ‘문이 두 개인 그림책’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생쥐가 되기도 하고 거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이 세상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작가는 두 개의 문을 통해 보여 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림
안네게르트 푹스후버는 티네만 출판사에서만 70만 장의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만약 그녀가 만화가였고 70만 컷을 그렸다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푹스후버의 섬세하고 정교하며 아름다운 삽화를 본 분들은 그렇게 정교한 작업을 70만 번이나 해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숲 속 벌판에 누워 있는 거인과 거인의 손 안에 누운 생쥐가 만나는 장면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본 순간 책을 오려서 액자를 만들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아 내야 했습니다. 침대 맞은편 벽에 이 그림을 붙여 놓으면 누구나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상상해 보세요! 녹음이 짙은 숲 속 벌판에 누워 부드러운 저녁 햇살을 받으며 친구와 함께 잠든 당신의 모습을…….
세상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세요. 당신 곁에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옮긴이 | 손성현
외로움이라지요?
거인 바르톨로의 크고 불안한 눈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거,
몸도 맘도 웅크리게 만드는 쓸쓸한 빛 말이에요.
거인의 이야기를 따라 읽는데
내 맘에도 그 외로움의 빛이 흔들거려
거인의 눈물에 절로 한숨이 나왔어요.
서러움이라지요?
아무것도 무섭지 않은 당찬 생쥐
로진헨의 작은 어깨를 보면서 느껴지는 거,
너무 원망스럽고 너무 실망스러운데
자꾸 속으로만 스며드는 답답한 빛 말이에요.
생쥐의 동화를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그 서러움의 빛에 내 맘도 뿌예졌어요.
아! 생쥐의 작은 눈이 너무 슬펐어요.
드넓은 벌판, 시원한 바람이
푸른 나무들을 살며시 쓰다듬고 지나가는 시간,
거인 바르톨로와 생쥐 로진헨이 만났잖아요?
바람 부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이 숨죽인 첫 만남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외로움의 빛과 서러움의 빛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을 이끄는 은은한 빛……
그리움이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