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의 시골, 비가 내리는 도시의 공원에서 맺어진 따뜻하고 소중한 인연
에 관한 동화집
『곰곰아, 괜찮아?』 『행복한 가방』 의 김정민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동화책입니다.
『쉿! 깨비가 듣고 있어』 에는 외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인연을 맺는 두 편의 따뜻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표제작 「쉿! 깨비가 듣고 있어」의 배경은 일주일째 눈이 내리는 시골의 한겨울 밤입니다. 꼼짝없이 집에 갇힌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지붕아래 천장 위에 깜이도 하릴없이 지루합니다. 그때, 아래에서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깜이도 귀를 기울입니다. 느릿느릿 이어지는 할머니의 도깨비 이야기는 왠지 낯익습니다. 깜이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마술」의 배경은 소나기가 내리는 공원입니다. 비를 피해 길고양이 한 마리와 할아버지가 나무 벤치 아래로 뛰어옵니다. 길고양이 눈에 비친 할아버지는 다정하고 인정 많고,
사람들 마음을 휘어잡는 일도 잘하는 신기한 사람입니다. 그런 인기 많은 할아버지랑한낱 길고양인 내가 연결될 수 있을까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소중한 가치에 작가만의 발랄한 창의력이 더해진
색다른 동화, 「쉿! 깨비가 듣고 있어」
옛날,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의 가치와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접하기 전,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먼저 배우고, 상상의 즐거움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익히게 해 주지요.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이 전통을 경험할 기회가 적습니다. 김정민 작가는 할머니표 옛이야기의 현장
이 어떤 모습인지 고스란히 재현합니다. 이야기 앞과 뒤가 궁금한 손녀가 끼어들어 흐름을 방해하고, 기억이 흐린 할머니는 하던 이야기를 자꾸 까먹지요. 여기에 한 명이 더 숨어서 귀동냥을 합니다. 바로 눈 오는 밤, 천장 위에 갇힌 ‘깜이’입니다. 독자들은자연스레 자신을 깜이와 동일시하게 됩니다. 자꾸 이야기를 끊는 손녀 때문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할머니에게 훈수를 두고 싶어지지요. 그렇게 깜이가된 기분으로 할머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반전을 맛보게 되는 동화가 바로
「쉿! 깨비가 듣고 있어」입니다.
사람들 마음속 ‘꿈’의 의미를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되새겨보는 동화, 「마술」
꿈을 찍어 주는 사진기가 있다면, 여러분을 찍은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마술」에는 지금은 외롭고 쓸쓸한 은퇴한 마술사 할아버지가 나옵니다. 길고양이 눈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외로운 존재는 서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요! 냥이는 할아버지를 집사로 간택하려 합니다. 어, 그런데 할아버지는 너무도 신기한 마술을 하는 대단한 마술사였습니다. 바로 사진기로 사람의 꿈을 찍어 주지요. 이룬 꿈이든, 못 이룬 꿈이든 가슴속에 간직한 꿈이면 뭐든 찍어 내지요. 냥이는 꿈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신기하고 궁금합니다. 자신은 하루하루 먹이를 구하고, 목숨을 부지하느라 꿈 같은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냥이는 다시 우울해집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집사로 낙점하기엔 너무 유명인 것만 같지요. 할아버지와 냥이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요?
100% 손으로 그려낸 색연필화의 맛과 멋이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층 더 매력적인 동화책
『쉿! 깨비가 듣고 있어』의 그림은 은희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렸습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의 그림 작업을 이어온 은희 작가는 이번엔 색연필을 재료로 하여 100% 손 그림을 선보입니다. 은은하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은희 작가만의 색연필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독창적인 구도의 그림과 개성 만점의 캐릭터 모습은 인물의 비밀을 잘 지켜주면서도 이야기의 묘미를 더해 마지막 반전을 한 층 더 효과적이게 합니다. 책 속의 그림들이 보여 주는 색연필화의 매력 또한 한껏 맛보시길 바랍니다.
김정민 글
쉿! 깨비가 듣고 있어 … 5
마술 … 51
작가의 말 …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