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발명가

저자 :  최우근 글

발행일 : 2013년 6월 20일

형태 : 384쪽, 128×185

ISBN : 978899772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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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새롭고 유쾌한 발견, 최우근 희곡집 <이웃집 발명가>

20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작가가 극작가로 변신하다

최우근 작가는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MBC에서 <경찰청 사람들>로 방송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록 달리다> <복서> <파랑새는 있다> <형사수첩> 드라마 <강력반> 등을 집필하며 20여 년 동안 방송작가 생활을 한 베테랑 작가다.

최우근 작가가 방송작가로서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대학교 재학 시절 몸담았던 문과대 연극반<문우극회>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재학시절 작가 최우근은 작가였을 뿐만 아니라 배우였고 제작자였다.

대학시절 꿈을 되찾은 늦깎이 극작가

몇 해 전, 최우근 작가는 친분 있는 배우들의 술자리에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꿈을 떠올렸다. 바로 연극이다. 작가 자신에게 연극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음에도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던 꿈이었다. 그날부터 최우근 작가는 다시 연극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고 얼마 뒤 첫 희곡 <이웃집 발명가>를 탈고했다. <이웃집 발명가>는 2008년 5월, 문삼화 연출로 초연된 이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고 있다.

불합리한 현실을 포착하고 성찰하는 상황의 코미디

최우근 작가가 만들어낸 희극의 세계는 개그가 아니라 불합리한 현실을 포착하고 성찰하는 상황의 코미디다. 배우들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할수록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폭소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기발하고 코믹한 상황이 지닌 지독한 현실성이 관객들로 하여금 진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이것이 바로 최우근 작가의 작품이 담고 있는 탁월한 문학성이다.

<이웃집 발명가>

천재 발명가 공동식은 블랙이라는 개와 단 둘이 쓸쓸하게 살고 있다. 블랙은 원래 평범한 개였는데, 인건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됐던 발명가가 후두에 언어 통역기도 달아주고, 지능도 높여주고, 적당히 성형수술도 해줘서 웬만한 사람보다 똑똑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발명가의 무급 조수로 일하고 있다.
발명가에겐 작은 꿈이 있다. 발명품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어느 날, 공동식은 자신의 새 발명품을 선보이기 위해 온 이웃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정작 찾아온 이웃은 새로 이사 온 로즈밀러라는 여성뿐이다. 이윽고 발명가가 선보인 발명품은 ‘어둠’이다. 한낮에도 주변의 빛을 모두 흡수하여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들어주는 전구를 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발한 발명품에 대한 로즈밀러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다. 치한들의 필수품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캄캄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치한 말고 또 누가 있는데요?”

그리하여 두 사람의 대립은 시작된다.
발명가는 타임머신, 물질발생기, 물질소멸기 등등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명품들을 동원해서 로즈밀러의 오해를 풀고 그녀에게 인정받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하지만 그녀는 강적이다.
로즈밀러는 처음엔 어둠전구와 관련된 소동으로 발명가를 치한으로 여기지만 이내 발명가의 천재를 알아본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재능을 ‘치한들을 위한 발명’에나 쓰는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녀는 발명가의 삶을 자기식대로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바로 코미디라는 것을 정확하고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식의 우격다짐이 삶의 일상적인 대화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거기에 있는 남자>

한 남자가 외딴 산길을 가다가 지뢰를 밟는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자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소리도 질러도 아무 대답이 없고 전화를 걸어보려 하지만 통화불능 지역이다. 그렇게 한참을 보내고 낙담해서 기진맥진한 남자 앞에 여자가 나타난다. 여자는 그 주변에 살고 있단다.

“두 시간 쯤 전부터 이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무슨 일이 생기나 가슴 졸이다가, 아무 일 없길래 너무 불안해져서 나온 길이에요.”

남자는 여자에게 신고를 부탁하지만 그녀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전화는 없고 신고하러 가려면 너무 멀다. 게다가 심장이 약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남자가 지뢰를 밟았다고 소동을 부리는 바람에 놀란 어머니가 위독해졌다. 그래서 떠날 수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좋겠지만 어머니의 목숨은 질기다.
여자는 틈만 나면 찾아와 남자를 위해 식사도 차려주고 빨래도 해주고, 말벗도 돼준다.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여자를 설득하려고 하고, 여자는 아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하루, 하루 날이 지나간다.
‘거기에 있는 남자’는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판다 바이러스>

음모론을 소재로 한 역사 추리 판타지 코미디물이다.
도둑 공동식은 모 기업의 비밀 창고에서 작은 물건을 훔쳐 의뢰인, 장대장에게 전해준다. 그런데 그 물건을 받고 기뻐하던 장대장이 점점 이상한 몰골로 변해가다가 급기야 판다가 되어버린다. 잔금을 받지 못한 공동식은 장대장을 업고 서둘러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병원에서 열혈 여의사 로즈를 만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장대장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감염되면 사람을 판다로 만들어버리는 바이러스가 있고 그 판다 바이러스로 온 세상을 감염시키려는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장대장은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만다. 공동식과 로즈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장대장을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은 한발 한발 진실에 접근해 간다. 공동식이 훔친 물건은 화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이며,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암호화 되어 있어 된 그 내용을 해석하면 판다 바이러스의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다. 거기까지 알아낼 즈음, 로즈가 납치된다.
이제 공동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흐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웃집 발명가 두 번째 이야기>

이야기는 발명가 공동식과 로즈밀러의 결혼생활에서 시작된다. 이번에도 문제의 발단은 발명품이다. 공동식은 물질신호와 전기신호를 호환시켜주는 장치를 발명한다. 사물을 전기신호로 만들어 TV 속으로 집어넣을 수도 있고, 거꾸로 TV 속의 물건을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는 장치이다. 그런데 테스트를 하던 중 <내 남편의 여자의 또 다른 남자의 어머니>라는 드라마 속의 여배우를 현실로 불러오게 된다.
그리하여 천재 발명가 공동식과 강적 로즈밀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잠시 귀국한 블랙의 대립이 시작된다.

최우근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중 문과대 연극반 <문우극회> 활동을 하며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졸업 후 MBC에서 <경찰청 사람들>로 방송작가 활동을시작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록 달리다> <복서> <파랑새는 있다> <형사수첩>드라마 <강력반> 등을 집필하며 20여 년 동안 방송작가 생활을 했다. 그러다 몇 해 전,친분 있는 연극배우들의 술자리에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꿈 하나를 떠올렸다. 연극, 아무도 말리지 않았지만 혼자 겁을 먹고 지레 포기했던 꿈이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꿈 하나를 더 얹었다. 완전히 농담으로만 이루어진 비극. 얼마 후 첫 희곡 <이웃집 발명가>를탈고했다. <이웃집 발명가>는 2008년 5월, 문삼화 연출로 초연되었다. 지금도 꿈을 향해느리지만, 뚜벅뚜벅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연극의 발명가

김성노(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 동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이웃집 발명가>를 처음 보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분명히 이정하 연출로부터 최우근 작가의 첫 번째 희곡이라고 소개를 받고 공연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연 내내 이렇게 기발하고 재미있고 세련된 작품을 쓴 외국작가가 과연 누구인지궁금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밖에서 최우근 작가를 만난 나는비로소 이정하 연출의 소개를 떠올렸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이 원래 외국 작품인가요”
최우근 작가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제 작품인데요.”
내가 최우근 작가에게 그런 실례를 범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의 작품이 지닌 탁월한 독창성 때문이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보아도 최우근 작가의 작품이 지닌 탁월한 독창성에 나는감탄을 금할 수 없다.

어느날, 블랙이라는 개와 함께 사는 발명가 공동식 박사는 자신의 새 발명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웃 사람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정작 찾아온 이웃은 새로 이사 온 로즈밀러라는 여성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선보인 발명품은 ‘어둠’이다. 한낮에도주변의 빛을 모두 흡수하여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들어주는 어둠제조기를 발명한 것이다.어둠을 발명하다니! 내가 속으로 정말 기발한 상상력이라고 찬탄을 금하지 않는 순간, 박사 역시 로즈밀러로부터 찬사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즈밀러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다.
“왜 이런 걸 발명하세요?”

왜 이런 걸 발명하냐고? 이 한 줄의 질문이 바로 연극 <이웃집 발명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공동식 박사의 가치관과, 도덕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로즈밀러의 가치관이 부딪혀 불꽃을 튀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불꽃이 격렬한 대립의 불꽃이 아니라 폭소의 불꽃이라는 것이다.

최우근 작가는 소통 불가능한 두 사람의 대화를 포복절도할언어의 핑퐁게임으로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에게 공동식이라는 한국 이름과 로즈밀러라는 영어 이름을 붙인 것은 소통 불가능한 가치관의 대립을 상징하는 놀라운 장치다. 그것은 카프카가 『변신』에서 갑충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함으로써 소통불가능한 두 세계의 이질감을 보여준 것만큼이나 효과적이다.

공동식 박사는 현실적인 가치관을 지닌 로즈밀러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한편, 로즈밀러는 공동식 박사의 천재성은 인정하면서도 박사의 삶을 자기식대로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따라서 이들의 대화는 진지해질수록 코믹해진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이옳다고 주장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바로 코미디라는 것을최우근 작가는 아주 정확하고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식의 우격다짐이 삶의 일상적인 대화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관객들은 그야말로 웃다가 울게 된다.

최우근 작가가 만들어낸 희극의 세계는 개그가 아니라 불합리한 현실을 포착하고 성찰하는 상황의 코미디다. 배우들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할수록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폭소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기발하고 코믹한 상황이 지닌 지독한 현실성이 관객들로 하여금 진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이것이 바로 최우근 작가의 작품이 담고 있는 탁월한 문학성이다.

<거기에 있는 남자>에서 남자 주인공은 외딴 산중에서 지뢰를 밟는다. 다행히 그곳에 사는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위독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에 그곳을 떠날 수가 없다. ‘거기에
있는 남자’는 어떻게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미리 힌트를던진다면 최우근 작가의 상상력은 이번에도 평범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절대절명의 상황을 코믹한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솜씨와 스스로 ‘지뢰’를 밟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최우근 작가의 깊고 예리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판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판다 곰으로 변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사람을 판다 곰으로 변하게 만든다고?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비극적인 상황인데 자꾸만 머릿속에 판다 곰이 떠올라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코믹한 상황 뒤에는 아주 비극적인 음모의 역사가 숨어 있다. 최우근작가는 역사추리 희극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소외 문제를 신랄한 유머로 풍자한다.

<이웃집 발명가 두 번째 이야기>는 공동식 박사와 로즈밀러의 결혼생활에서 시작된다. 이번에도 문제의 발단은 박사의 발명품이다. 물질신호와 전기신호를 호환시켜주는 리모콘을 발명한 공동식 박사는 테스트를 하던 중 드라마 속의 여배우를 현실로 불러오게 된다. 그런데 그 드라마의 제목이 걸작이다. 바로 <내 남편의 여자의 또 다른 남자의 어머니>다! 막장 멜로드라마의 현실을 이보다 더 잘 희화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어떤드라마가 펼쳐질까?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최우근 작가는그 이상의 재미와 슬픔을 선사한다.

최우근 작가의 작품 세계는 탁월하다. 그의 작품은 독창적인 스타일과 인생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 또는 관객과 유연한 소통을 이루는데 성공하고 있다. 나는 그의 작품들이 한국 문학계와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굳게 믿는다. 또한, 머지않아 해외로 소개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만 보고 즐기기에 그의 작품은 지나치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최우근 작가는 새로운 연극의 발명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