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져 있던 날개를 활짝 펼친 천사, 안젤라 이야기
『북극곰 코다, 까만 코』, 『북극곰 코다, 호』 그리고 『까만 코다』로 세계 무대로 진출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우리 작가 이루리의 새로운 작품
『북극곰 코다, 까만 코』와 이탈리아의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와 함께 만든 『북극곰 코다, 호』 그리고 『까만 코다』는 이스라엘, 터키, 태국 등 세계 무대로 수출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천사 안젤라』는 우리 작가 이루리가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 송은실과 함께 만든 신작 그림책입니다.
어린 시절 한 시인으로부터 전해들은 감동을 모두에게 전하기 위해 새로 쓴 이야기, 『천사 안젤라』
작가 이루리는 어린 시절 시인 김남조 선생님으로부터 ‘곱사등이 어린 소녀’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루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감동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곱사등이 어린 소녀’ 이야기를 『천사 안젤라』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 송은실의 발견!
신인 송은실 작가는 우아하고 정갈한 그림에 희로애락의 감정을 부드럽고 절제 있게 담아냈습니다. 송은실 작가의 그림은 천사 안젤라를 하늘로 날아오르게 만든, 또 하나의 날개입니다.
독자들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천사 안젤라』
곱사등이 소녀 안젤라는 현실에서 엄마의 지극한 사랑과 타인의 차별을 모두 체험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아이들도 겪게 될 감정입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피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가만히 생각하게 됩니다. 『천사 안젤라』는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어린이 스스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루리 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논술강의와 번역 활동을 했습니다. 1998년 고려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독서지도사 양성과정을 강의하면서 동화의 매력에 빠져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출간된 첫 창작동화 『북극곰코다 첫 번째 이야기, 까만 코』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이스라엘, 터키, 태국으로 수출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이탈리아의 천재 작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와 함께 『북극곰 코다 두 번째 이야기, 호』와 『까만 코다』를 발표하여 어린이들과 부모님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송은실 그림
1983년 안양에서 태어났습니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빛이 되어주고픈 마음이 그림을 그리게 하였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문화콘텐츠 대학원에서 그 마음을 더욱 크게 키웠고 현재는 아동심리치료사이자 그림책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SOKI 국제 일러스트 공모전 등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였습니다. 이제 안젤라처럼 품고 있던 멋진 날개를 펼치려고 합니다. 그 날개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김남조 선생님이 준 선물, 『천사 안젤라』
1985년에서 1986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서울시 영등포 시립도서관에서는 시인 김남조 선생님의 강연 행사가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강당 가득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김남조 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선생님은 예정된 시간을 조금 지난 시간에 지팡이를 짚고 아주 조심스럽게 강단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선생님은 마이크를 켜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선생님은 며칠 전 빙판에 미끄러져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지만, 그날 독자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팡이에 의지해 다소 무리한 외출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거창한 문학 강의 대신 오래 전 어느 시인이 전쟁에 참여했을 때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편지에 써 보냈던 동화 한 편을 들려주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천사가 된 어린 꼽추 소녀 이야기였습니다. 그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받은 감동과 충격은 너무나 대단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지닌 커다란 울림을 체험한 날이었습니다. 김남조 선생님은 이 동화를 듣고 자라난 아이들이 거리에서 꼽추를 봤을 때 그 곱사등 속에 감추어진 두 깃의 날개를 상상하면서 부러워하지 않겠느냐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덧붙여 선생님이 출근했을 때 걸레질한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책상과 잉크 냄새가 가시지 않은 신문 같은 이른 아침의 이미지들을 나열하며 ‘아름답다’고 예찬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감동과 동시에 한편으로 마음속에서 반감이 싹트는 것을 느꼈습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미화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이해가 아니냐고 선생님께 따져 묻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예찬하는 이른 아침의 이미지들을 생활로 견뎌내야 하는 분들의 현실을 먼저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용기가 부족했던 저는 선생님이 힘겹게 강당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존경과 아쉬움의 마음으로 배웅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누군가와 조금만 친해지면 어린 꼽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린 꼽추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알아가면서 받게 되는 상처에 같이 아파했고, 곱사등 속에 숨겨진 두 깃의 날개를 상상하며 감동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마술 같은 이야기 속에 담긴 진한 감동을 사람들에게 퍼트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 마음속에서는 김남조 선생님과 논쟁하고 싶은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장애인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인생은 아름다운 것인가 아니면 참혹한 것인가 등 삶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 이후 단 한 번도 저는 김남조 선생님을 직접 만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들려준 한 편의 동화 때문에 저는 마음속에서 선생님을 수천 번도 넘게 만났습니다. 지난27년 동안 제가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횟수만 해도 수백 번은 넘을 것입니다. 좋은 작품이란 완벽한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생각의 씨앗을 뿌리고 무성한 나무로 성장시키는 작품이라는 것을 저는 이 작품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어린 꼽추 이야기는 저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자 가장 많은 생각거리를 만들어준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에서야 어린 꼽추 이야기가 유럽의 전래 동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꼽추 이야기는 리하르트 폰 폴크만레안더가 엮은 동화집 속에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화집 속의 이야기는 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와는 느낌과 내용이 많이 달랐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김남조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감동이 없었고 제가 남들에게 전해준 감동도 없었습니다. 어린 꼽추 이야기는 제가 스스로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구전동화로 재탄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천사 안젤라』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꼽추 소녀에게 ‘안젤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녀에게 ‘안젤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저에겐 27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 날개를 지닌 천사라는 걸 알기까지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서로 아주 다르다는 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알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에게 제가 김남조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감동을 『천사 안젤라』로 돌려 드립니다. 끝으로 원고를 정리하는데 소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최우근 작가님과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을 그려준 송은실 작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