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되고 싶은 어린이의 이야기
학교는 왜 가는 걸까요? 학교에 가면 무서운 선생님과 형들이 있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여자 친구 때문에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맛없는 급식 때문에 괴로운데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학교가 끝나면 더 바빠지지요. 음악 학원, 미술 학원, 체육 학원, 보습 학원에 가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소년의 꿈은 돼지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돼지가 되면 마음대로 놀 수 있을까요?
요즘 우리 어린이들은 안녕한가요?
『돼지꿈』에는 요즘 우리 어린이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른 아침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 가면 재미있는 일보다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 더 많습니다. 또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서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합니다. 정말 쉴 틈이 없습니다. 실컷 놀고 싶은데, 마음대로 놀 시간이 없습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숨이 깊어집니다. 주인공 소년의 독백과 표정은 요즘 우리 어린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그림책
『돼지꿈』은 소년의 독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된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기게 되지요. 하지만 소년의 아빠와 엄마, 친구들, 동네 사람들의 모습도 눈길을 끕니다. 학교 가기 싫은 소년 주변에는 피곤한 아빠, 집에 홀로 남아 집안일을 하는 엄마, 무서운 표정의 선생님, 지친 친구들, 무표정한 동네 사람들, 어디에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을 미소 짓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꿈’에 대해 생각할 때입니다. 소년은 일과를 마치고 무거운 가방을 멘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꾸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과연 돼지가 되고 싶은 소년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그리고 돼지가 되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성공과 미래에 행복을 저당 잡힌 채 불행하게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그림책! 바로 김성미 작가의 『돼지꿈』입니다.
김성미
인천에서 남편과 귀여운 딸 단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였고, 오랜 시간 그림책 작가를 꿈꿨습니다. 서예와 손뜨개 인형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림책 만드는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그림책으로 아주 작은 감동이라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돼지꿈』 은 첫 번째 작품입니다.
그림책 『돼지꿈』은 제목부터 절묘합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결코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그림책을 보지 않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역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그림책 『돼지꿈』에서는 제목이 바로 신의 한 수입니다.
오늘도 주인공 소년은 아빠와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피로가 풀리지 않은 아빠는 하품을 하고 주인공 소년은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소년은 생각합니다.
‘학교는 왜 가는 걸까?’
그리고 다음 장에 펼쳐지는 열두 개의 동그란 회상 그림이 소년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 줍니다. 졸다가 선생님한테 혼난 일, 나쁜 형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일, 축구공에 얼굴을 맞은 일, 선생님 질문에 대답을 못해서 망신당한 일, 여자 친구 때문에 친구랑 싸운 일, 맛없는 급식 때문에 괴로웠던 일…. 소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에 가야 하는 좋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학교가 끝나면 소년은 더 바빠집니다. 이번에는 네 개의 동그란 회상 그림이 소년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음악 학원, 미술 학원, 체육 학원, 보습 학원. 정말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년의 꿈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사실은 『돼지꿈』이라는 제목을 보고도 소년의 꿈이 궁금해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소년의 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모차르트, 링컨, 간디 등 유명인들의 근엄하고 멋진 얼굴이 두 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장면입니다.
마침내 밝혀지는 소년의 꿈은? 제목 그대로 돼지입니다. 돼지가 되어서 실컷 먹고 노는 것입니다. 보통 돼지꿈이란 돼지가 나오는 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돼지가 되고 싶은 꿈이 돼지꿈인 것입니다. 그야말로 제목의 반전이자 이야기의 반전입니다. 정말 절묘합니다.
이렇게 김성미 작가는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어떻게 대화하고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내는 솜씨 또한 탁월합니다. 게다가 그림을 보면 글이 궁금해지고 그림을 보면 다시 글이 궁금해집니다. 반전을 만드는 구성력도 탄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을 이렇게 깜찍한 희극으로 승화시킨 점이 놀랍습니다. 그림책 『돼지꿈』을 보는 동안 독자들은 깔깔대며 웃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도 개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김성미 작가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는 행복합니까?”
독자들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그림책, 바로 김성미 작가의 『돼지꿈』입니다.
_『까만 코다』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 작가 이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