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제1권
교과서에 수록된 감동의 산문, <어머니의 이슬털이>
<천사 안젤라>로 사랑 받고 있는 송은실의 따뜻하고 독특한 그림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제1권
자연과 성찰이라는 치유의 화법으로 양심과 영혼을 일깨워 온,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이순원! 도서출판 북극곰은 이순원 작가의 아름다운 산문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6편을 골라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6편의 산문은 <어머니의 이슬털이>, <어치와 참나무>, <희망등 선생님>, <크리스마스 선물>, <어머니가 낮잠을 잘 때>, <늦게 온 카네이션>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결실로 <어머니의 이슬털이>가 출간된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감동의 산문, <어머니의 이슬털이>
<어머니의 이슬털이>는 이순원 작가가 2003년 10월부터 한국일보에 <길 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짧은 글 중에 한 편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순원 작가의 어머니를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에 선정했고, 이순원 작가는 그 자리에서 이 글을 낭독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어머니는 왜 숲 속의 이슬을 털었을까?>는 마침내 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천사 안젤라>로 사랑 받고 있는 송은실의 따뜻하고 독특한 그림
따뜻하고 독특한 그림으로 동화작가 이루리와 함께 <천사 안젤라>를 발표하여 언론과 독자로부터 찬사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가 송은실. 송은실 작가는<어머니의 이슬털이>에서도 시골의 정취를 자신만의 독특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무덤가, 장독대와 디딤돌,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절의 초가집, 이슬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이슬받이 길의 풍경이 파스텔처럼 아련하게 되살아난다. 특히 원작에 없던 강아지의 등장은 송은실 작가만의 탁월한 해석으로 원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준다.
파스텔 톤의 온기로 <어머니의 이슬털이>의 감동을 배가시킨 그림책!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머니가 밥을 지어주고 옷을 입혀주고 잠을 재워주는 모든 행동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자식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어머니의 사랑은 덧없는 일상에 불과하다. 주인공 나는 어머니가 ‘이슬털이’라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였을 때에야 비로소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깨닫는다. 이순원 작가는 그림책 작업에 맞춰 그림을 위한 충분한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송은실 작가는 그 여백에 파스텔 톤의 온기를 불어넣어 한 권의 아름다운 그림책을 완성했다.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감동이 살아있는 <어머니의 이슬털이>
작가 이순원이 쓴 글의 절반은 어머니로부터, 나머지 절반은 어릴적 살던 고향 마을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이슬털이>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작가 이순원은 통학시간만 꼬박 3시간이 걸리는 불편한 산길과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통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것을 몹시도 싫어했다. 그런 아들이 안쓰러웠던 어머니는 산길을 앞장서서 걸어가며 이슬을 털어주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에 감동받은 이순원은 지금까지도 삶의 고비고비마다 이슬을 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고 한다.
도서출판 북극곰의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제1권
작가 이순원과 북극곰의 인연은 특별하다. 첫 번째 만남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의 그림책 <눈 오는 날>에 강원도 사투리를 부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자연과 치유의 성찰을 담은 성장소설<고래바위>로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소설가 이순원과 도서출판 북극곰이 생명과 환경과 치유라는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이순원 작가와의 세 번째 만남을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로 이어왔다. 이순원 작가가 과거 한국일보에 연재한 <길 위의 이야기> 중에 몇 편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한 것이다. <어머니의 이슬털이>는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제1권으로 출간되었다.
이순원 글
자연과 성찰이라는 치유의 화법으로 양심과 영혼을 일깨워 온,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입니다.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동인문학상,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한무숙문학상, 「아비의 잠」으로 효석문학상, 「얘들아 단오가자」로 허균 문학작가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남촌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아들과 함께 걷는 길』『19세』 『나무』 『워낭』 『고래바위』 등 자연을 닮은 작품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작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의 그림책 『눈 오는 날』을 강원도 사투리로 번역해 토박이말의 진수를 선보였습니다.
송은실 그림
1983년에 안양에서 태어났습니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빛이 되어주고픈 마음이 그림을 그리게 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문화콘텐츠 대학원에서 그 마음을 더욱 크게 키웠고 현재는 아동심리치료사이자 그림책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SOKI 국제 일러스트 공모전 등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였습니다. 동화작가 이루리와 함께 만든 『천사 안젤라』로 평단과 독자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림책 『어머니의 이슬털이』를 만든 이야기
사랑을 표현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편집장 | 이루리
이순원 작가는 짬뽕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따금 일뽕모(일산에서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번개 모임을 엽니다. 물론 저도 짬뽕을 좋아합니다. 그날도 일뽕모는 회식을 마치고 한적한 카페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순원 작가는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을 꺼내 그 동안 여기저기 기고한 짧은 글 몇 편을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저는 『어머니의 이슬털이』를 보았습니다. 정말 짧은 글이라 무심코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를 이순원 작가에게 건넸습니다.
“선생님, 이 글을 그림책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이순원 작가는 어린 아이처럼 환히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림책 『어머니의 이슬털이』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도대체 누구에게 그림을 맡길 것인가? 아무리 생각하고 찾아봐도 제 맘에 딱 맞는 그림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도시적인 작가에게 향토색 짙은 작품을 맡기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저는 『천사 안젤라』를 함께 작업한 송은실 작가에게 『어머니의 이슬털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송은실 작가 역시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콘티를 만들고 고치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송은실 작가와 북극곰 편집부 모두 힘들고 긴 시간을 슬기롭고 보람차게 채워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송은실 작가만의 따뜻하고 개구지면서 우아한 세계가 완성되었습니다.
다소 현대적으로 보이는 주인공 나와 엄마의 모습은 요즘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친근감을 줍니다. 그리고 원작에 없던 강아지의 등장은 송은실 작가만의 탁월한 해석으로 원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줍니다.
『어머니의 이슬털이』가 주는 감동은 주인공 나의 마음을 움직인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머니 가운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가 몇이나 있겠습니까? 문제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어머니가 밥을 지어주고 옷을 입혀주고 잠을 재워주는 모든 행동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인데도 자식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그 모든 사랑이 자식에겐 덧없는 일상입니다. 주인공 나는 어머니가 ‘이슬털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했을 때에야 비로소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깨닫습니다.
훌륭한 작가는 평범한 삶을 낯설고 재미있고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이순원 작가는 『어머니의 이슬털이』라는 짧은 글 안에서도 그 특별한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훌륭한 분은 이순원 작가의 어머니일 것입니다.
저 역시 어머니가 평생 베풀어주신 일상의 사랑을 깊이 음미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이슬털이』덕분입니다.
끝으로 일뽕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림책 『어머니의 이슬털이』의 시작은 짬뽕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일뽕모는 ‘어머니의 이슬털이’처럼 작가 이순원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이슬털이의 작가 이순원 선생님의 저자 인터뷰입니다.
이웃집 쌀집 아저씨 같은^^ 외모만큼이나 푸근한 작품으로 늘 감동을 주시는 이순원 선생님!
저자 인터뷰를 들으며 깊이있는 생각과 따뜻한 성품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이슬털이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저자 인터뷰 함께 들어보세요!
생방송 일요일 오후입니다. 2013/12/08 27:22부터
진행 : 김홍성 아나운서
다시 듣기(KBS 로그인 필요) > http://bit.ly/IWqNsB
김홍성 아나운서 : 어머니, 어머니라는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고이는 그런 분들 많으실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머니의 땀과 눈물로 이루어졌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 모두는 가장 큰 죄를 지은 죄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자인터뷰 한국문단이 자랑하는 소설가 이순원 작가가 가슴 아프게 일깨워주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엮어주셨는데요. 그래서 오늘, 『어머니의 이슬털이』의 저자 이순원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순원 : 예. 안녕하세요.
김홍성 아나운서 : 직접 뵈니까, 더 인상이 푸근해보이시고 좋습니다.
이순원 : 이웃집 쌀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어서..
김홍성 아나운서 : 딱! 그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서민적이고 향토적이고 그런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작품들 많이 쓰셨죠?
이순원 : 예. 그렇죠. 제 작품들이..
김홍성 아나운서 : 예. 그렇습니다. 선생님 고향이 원래 강원도시죠?
이순원 : 강원도 강릉입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언제까지 강릉에서 사셨어요?
이순원 : 군대가기 전까지는 강원도 강릉에서 살았는데, 그 이후에는 서울 와서 직장생활도 하고 결혼생활도 하고, 지금도 그렇지만 거기 어머니가 계시고 형제들 계시고 해서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 고향이죠.
김홍성 아나운서 : 이순원 선생님 하면 『은비령』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또 『수색, 그 물빛 무늬』, 또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그리고 『19세』. 세대를 아우르는 여러 작품들 발표해오셨고 동화책을 이번에 내셨는데, 동화책은 처음인거죠?
이순원 : 네. 책으로는 처음이지만, 예전부터 좀 좋은 동화책을 여러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이란 책을 썼을 때에도 형식을 저는 처음엔 동화로 하고 싶었는데, 제가 그 때 직업이 작가고 소설가니까 소설로 발표했는데 그렇게 좀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지요. 앞으로도 동화에 대한 꿈을 계속 간직할 생각이구요.
김홍성 아나운서 : 동화라고 하면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초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사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이건 초등학생인 제 딸이 이 책을 읽을 때 처음엔 잘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이순원 : 우리가 동화라고 하면 눈을 낮추면 동화가 되는걸로 생각을 많이 하더라구요. 작가들도. 동화라는건 영혼의 교감이 아이들과 어른과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다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전달하는 방식이 원형적인 것이지, 이야기가 결코 쉽거나 가벼운 것은 아니거든요.
김홍성 아나운서 : 그래서 이 동화책은 실은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용을 봐도 아이들은 왜 어머니가 이슬을 털었을까? 하고 잘 이해를 못하는 그런 분들도 많거든요. 선생님, 어머니의 이슬털이가 다 선생님의 이야기인거죠?
이순원 : 네. 저의 실제 어릴 때 이야기입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그러고보면 선생님은 어릴 적에 좀 말썽쟁이셨나요?
이순원 : 네. 많이 말썽쟁이였죠. 아무래도 중학교 때 학교도 이렇게 잘 안가고, 고등학교 때에도 제 19세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고등학교 1학년 중간에 학교를 접고 2년동안 대관령에 올라가서 고랭지 채소 농사 짓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지금 봐서는 정말 어머니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셨을 것 같은 모습인데요. 이제 커가는 청소년들 보면서 내가 왜 그랬는지 또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좀 느끼시는지요?
이순원 : 당연히 느끼죠. 요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우리 시절의 어머니보다 좀 더 조급하게 생각을 하고, 인풋-아웃풋 이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에 너무 붙잡혀서 그 성적만 가지고 아이들을 다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때가 많지요.
김홍성 아나운서 : 원래 제목이 「어머니는 왜 숲 속의 이슬을 털었을까」 이렇게 되어 있었죠? 선생님.
이순원 : 네. 좀 시적이지요? 우리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아이에게 편지를 써 주고 싶었어요. (김홍성 아나운서 : 네. 선생님 자제분에게) 편지를 중학교 2학년 우리 둘째 아들에게, 할머니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 가기 싫어할 때 어떻게 하셨는가. 그 이야기를 편지로 쓴 글이었습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그렇군요. 자, 어머니의 이슬털이 과연 어떤 내용인지 참 궁금하실텐데요. 성우 조경아씨 낭독으로 조금 감상해보고 계속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왜 학교 안 가느냐고 물어
공부가 재미없고, 학교 가기도 재미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얼른 교복으로 갈아입어라”
“학교 안간다니까”
“안가면!”
몇 번 옥신각신하다가 나는 마지못해 교복을 갈아입었다.
어머니가 먼저 마당에 나와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오자 어머니가 지겟작대기를 들고 서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그걸로 말 안 듣는 나를 때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이제까지 어머니는 한 번도 나를 때린 적이 없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나는 신발을 신고도 봉당에서 한참 동안 멈칫거리다가 마당으로 내려섰다.
김홍성 아나운서 : 선생님 처음에 어머니께서 지겟작대기를 들고 있었을 때 조금 놀라셨군요.
이순원 : 아 그렇죠. 지겟작대기는 지게를 받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말 안듣는 애도 때리고, 말 안듣는 개도 때리고 이럴 때 쓰는 건데 어머니가 마당에서 들고 계시니까 제가 놀랐지요.
김홍성 아나운서 : 그런데 한 번도 그 전에 어머니께서 손을 대신 적이 없으셨다면서요.
이순원 : 우리 형제들한테 다, 그렇게 말로 하시고 직접 몽둥이 들거나 회초리 들거나 그런건..
김홍성 아나운서 : 저는 많이 맞고 자랐거든요.. 예전에 형제 많은 집에서는 꼭 어머니께서 매를 대셔야 통제가 되곤 했는데 어떻게 훈육해주셨어요?
이순원 : 그래도 무서웠어요. 매를 대지 않는데도, 어머니의 눈빛이 무섭고 말을 잘 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또 그때그때 말을 안듣고 그랬지요.
김홍성 아나운서 : 그런데 왜 그때 당시에 그렇게 학교 가기를 싫어하셨는지요?
이순원 : 우선 학교하고 집이 제가 한 시간 반을 걸어가야 됩니다. 시골 마을에서 대관령 바로 아래 산간마을인데 학교는 강릉 시내에 있고, 그러면 한 시간 반 걸어갔다가 한 시간 반 걸어 오고 학교는 멀고 또 그렇게 공부하는게 그다지 재미있지 않고. 그랬습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지금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혹시 옛날에 공부 좀 더 할 걸 하는 생각을 요즘은 좀 하시나요?
이순원 : 공부를 좀 더 할걸 하는 생각은 않는데, 그런 생각을 해요. 학교 다닐 때 남들 공부하는 시기에 공부하지 않고 놀아가지고 지금 작가가 되어서 죽어라 평생 책만 봐야되는 벌을 받게 된 건 아닌가 이런 생각 할 때가 많지요.
김홍성 아나운서 : 어머니 원래 성품은 어떠셨어요?
이순원 : 온화하시구요. 그런데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이 분명해서 형제들 다섯 형제인데 크다고 편애하거나 작다고 편애하지 않고 형제간의 다툼도 옳고 그름과 그리고 위의 형들에게 동생에 대한 배려, 동생들에게는 위의 형들에 대한 존경 이런걸 함께 가르쳤던 것 같아요.
김홍성 아나운서 : 헌신적이셨고. 그래서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로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선정이 됐을 때, 선생님께서 이 글을 낭독해주셨다면서요? 어머니께서 많이 기뻐하셨겠어요.
이순원 : 어머니께서 좀 덤덤하신 분인데, 그때는 기뻐한 것보다 가슴이 좀 뭉클해 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어요.
김홍성 아나운서 : 어머님 슬하에는 자제분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순원 : 다섯입니다. 제가 셋째, 가운데기 때문에 늘 위로 뭐 하면 동생쪽으로 빠지고, 동생들로 할 때는 위로 빠지고, 그래서 또 제가 반항적인지도 몰라요.
김홍성 아나운서 : 제일 큰 형님께서는 어머님의 기대를 많이 받고 뭐라도 많이 챙겨주셨고, 막내 귀여우니까 또 귀염받고, 그런데 딱 끼어있으니까.. 그러셨군요. 아까 어머니께서 지겟작대기를 드셨어요. 그런데 때리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그럼 그 지겟작대기로 무엇을 하시려고 했을까. 궁금들 하실겁니다. 성우 조경아씨 낭독으로 더 들어볼까요?
어머니는 내게 가방을 넘겨준 다음 내가 가야 할 산길의 이슬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몸뻬 자락이 이내 아침 이슬에 흥건히 젖었다.
어머니는 발로 이슬을 털고, 지겟작대기로 이슬을 털었다.
그런다고 뒤따라가는 아들 교복 바지가 안 젖는 것도 아니었다.
신작로까지 십오 분이면 넘을 산길을 삼십 분도 더 걸려 넘었다.
어머니의 옷도, 그 뒤를 따라간 내 옷도 흠뻑 젖었다.
어머니는 고무신을 신고 나는 검은색 운동화를 신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시커먼 땟국물이 찔꺽찔꺽 발목으로 올라왔다.
그렇게 어머니와 아들이 무릎에서 발끝까지 옷을 흠뻑 적신 다음에야 신작로에 닿았다.
“자, 이제 이걸 신어라.”
거기서 어머니는 품속에 넣어온 새 양말과 새 신발을 내게 갈아신겼다.
학교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위해 아주 마음먹고 준비해온 것 같았다.
김홍성 아나운서 : 바로 이 대목입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 지겟작대기로 이슬을 털면서 어머니께서는 먼저 길을 헤쳐가셨습니다. 길이 굉장히 오솔길이었고 평탄치 않은 길이었나봐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먼저 길을 터주시고, 그래도 이슬이 많이 묻어서 흥건히 젖다보니까 양말과 신발을 품에서 꺼내서 신겨주셨는데 그때 당시에는 어떤 생각이셨을까요?
이순원 : 그정도 되면 어리지만 열다섯살때지만 눈물이 나지요. 아무리 어려도 눈물이 나고 아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어머니께 죄송하다. 다음부터는 학교를 잘 가야지. 그때 마음은 그렇게 드는데, 이게 어리다보니까 약발이 이십일을 못갑니다. 그래서 또 옆으로 새고.. 그랬지요.
김홍성 아나운서 : 선생님 글 중에 『19세』라는 소설 있잖아요. 그것도 자전적 소설이지요?
이순원 : 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고 대관령에 올라가서 어른들처럼 농사를 짓고 내려오는 이야기에요.
김홍성 아나운서 : 그 소설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그래야 이 내용도 저한테 잘 이해가 되고 선생님의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에 이렇게 성장을 했구나 하는 느낌도 좀 들고요.
이순원 : 우리나라는 청소년 소설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그것을 성장소설로 학교에서도 많이 권하는게 너무 규격화되지 않은 성장이 담겨서 아마 그런 것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아시는 분들도 아시겠지만, 『19세』라든지 방금전에 읽어드린 『어머니의 이슬털이』도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것을 저희가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는 다른 형제들에게도 그렇게 이슬을 털어주셨습니까? 아니면 선생님한테만..
이순원 : 다른 형제들은 말을 다 잘들었어요. 그래서 저한테만 좀 많이 그러셨던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그렇군요. 맨 마지막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어른이 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어머니가 이슬을 털어주신 길을 걸어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중간에 그러니까 다시 공부하셔서 금융사도 입사하셨는데 또 그만두고서 나는 전업 작가가 되어야겠다 그랬을 때 어머니께서는 뭐라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이순원 : 지금도 작가라는 직업이 직장을 나가지 않으니까 우리나라 어른들이 늘 불안하게 여기세요. 그래서 여러 형제들 중에서 제가 하는 일을 늘, 지금도 불안하게 생각하시는데, 우리집에는 아침에 전화를 하려고 하다가도 어젯밤에 글 쓰고 늦게 자는건 아닌가 해서 전화를 잘 못하고 또 저녁때에는 지금쯤 한참 글쓰는데 엄마가 전화해서 방해하는건 아닌가 해서 전화를 덜하게 되고, 그런 마음 안에 어머니의 저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이순원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어떤 평론가는 이순원 선생님의 문학은 대체로 주변부의 문제, 약하고 또 약하기 때문에 상처입은 것들의 문제를 다룬다.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깊은 연민의 마음이 이순원 문학의 미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순원 하면 저희는 흔히 황순원 선생님과 어떤 관계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황순원 선생님이 성장소설 소나기로 우리에게 정말 많이 알려졌듯이 (이순원 : 국민작가시죠.) 선생님께서도 그런 목가적이고, 성장통이 있는 우리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주신 것을 보면, 어머니와 연계되고, 우리의 어린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글들이 우리에게 항상 여운을 많이 남겨 줍니다.
이순원 : 네 앞으로도 읽고 단번에 끝내는 글이 아니라, 읽은 다음에, 책장을 덮은 다음에 다시 한번, 마음속에 독자가 다시 글을 시작하는 그런 작품을 써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홍성 아나운서 : 예, 어머니께 안부 전해주시고요.
이순원 : 네 꼭 그래야지요. 아마 우리 어머니도 아실거예요.
김홍성 아나운서 : 그래요? 감사합니다. 저자 인터뷰, 지금까지 이순원 선생님과 함께 자전적인 동화 어머니의 이슬털이 말씀 나눠봤습니다. 선생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