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볼로냐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 선정작
*나이브 아트(naive art)의 거장, 니키포르의 감동 인생
*고흐보다 불행하고 가혹했던 운명을 넘어선 위대한 예술혼
*자신을 초라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되는 이야기
니키포르의 삶을 따라 가는 특별한 그림 여행
이 책은 니키포르라는 한 화가의 삶과 예술을 산뜻한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는 책입니다. 폴란드의 길거리 화가, 니키포르(1895-1968, 정식 이름은 에피파니우쉬 드로브니악)는 소박한 학생용 미술 재료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어디선가 얻어 온 종이 조각에 산과 숲, 시골과 도시, 아름다운 건물들과 구불구불한 기차길, 눈부신 해넘이, 흐린 날과 별이 가득한 밤을 만들어 냈습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도 그렸고, 동방정교회의 성인들과 자기 자신도 그렸습니다. 작은 휴양 도시인 크리니차의 길거리 한구석에서 화가 니키포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양식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그려 나갔습니다.
어쩌면 니키포르는 고흐보다 더 불행하고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화가입니다. 아버지가 누군지 몰랐고, 어머니는 듣지도 못하고, 말도 할 줄 모르는 장애인이었습니다. 니키포르 또한 말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평생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닌 단 하나의 재능, 즉 그림 그리기를 통해 뭇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창조적인 작품을 남겼습니다. 거리에서 남들이 비웃고 조롱할 때조차 니키포르는 자신의 작품이 특별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그림들은 내가 죽은 후에도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그림들을 다른 그림들과는 다릅니다, 내가 그린 것이니까요. 더 가까이 와서 봐 주세요, 아무도 이렇게 그리지 않습니다.”
자기 그림에 대한 믿음 하나로 가혹한 인생에서 승리한 니키포르의 예술혼을 만나 보세요.
나이브 아트(naive art, 소박파)의 거장, 니키포르
니키포르는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생소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나이브 아트(소박파, 혹은 원시 사실주의.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 경향)의 거장입니다. 특히 폴란드에서는 국민 화가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무엇이 니키포르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든 걸까요?
사실 니키포르는 빈센트 반 고흐보다 불행했다고 할 만큼 기구하고 비참한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니키포르의 아버지는 누군지도 모르고, 어머니는 호텔에서 청소와 막일을 하던 여인이었습니다. 게다가 들을 줄도 말할 줄도 모르는 장애인이었지요. 니키포르 또한 어머니를 닮아서 잘 듣지 못하고, 말을 해도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긴 혀 때문에 발음이 좋지 못했거든요. 이렇듯 니키포르는 날 때부터 장애와 가난을 안고 가장 낮은 곳에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오직 한 가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을 훌쩍 넘어선 인간 승리의 작가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거친 재료로 그린 그림들
니키포르는 글자도 잘 모르고, 숫자도 겨우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평생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으로 좋아하는 장소와 성인들과 자기 자신을 그렸지요. 그의 그림은 특히 동방정교회 성당 안에 걸린 이콘(동방정교회에서 특히 발달한 종교 미술 양식으로 예수, 성모, 성인의 모습을 그린 성스러운 그림)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동방정교회는 그의 집이자 학교이자 미술관이었습니다.
니키포르는 동방정교회 성당과 여러 성인들뿐만 아니라 크리니차 산책로에 서 있는 나무 집, 이리저리 연결된 기찻길과 기차역 등 늘 새로운 풍경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값비싼 재료는 꿈도 못 꾸었기에 싸구려 수채 물감과 오래 사용한 거친 붓, 그리고 종이 조각들을 이용했어요.
그는 하루 종일 거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그린 그림을 지나가는 관광객이 한 장이라도 사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핀잔과 조롱뿐이었습니다. 그림을 못 팔면 근처 식당에서 먹을 것을 구걸했습니다. 거리의 예술가는 늘 외롭고 고단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친구는 잠시 함께했던 개, 하우코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바친 그림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 화가입니다.
여러 예술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니키포르의 작품
니키포르가 평생 그려 온 그림은 말년에 가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크리니차에 휴양하러 찾아온 여러 예술가에 의해 니키포르의 소박하면서도 진실하고 울림을 주는 그림들이 점차 유명해졌어요. 지금은 폴란드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에 그의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니키포르가 가장 즐겨 그렸던 로마누프카 건물은 이제 니키포르의 그림으로 가득한 ‘니키포르 기념관’이 되었습니다. 볼프 예쥐(Wolff Jerzy)라는 화가는 니키포르에 대해 이렇게 감탄합니다.
“처음 그 작은 수채화들을 보았던 순간을 나는 아직까지 기억한다. 그 감탄의 흥분은 아직도 여전하다. 작품들이 가진 성숙함과 다름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작은 그림들은 마치 자연처럼 단순했고, 그 독특함은 다른 누구의 눈으로 본 것과도 다른 실재를 완전히 솔직하게 그려냈다. 절대음감에나 비견할 수 있는, 니키포르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색감은 우리 모두가 가진 회화적인 소원이다.”
니키포르가 말년에 유명해지자 갑작스럽게 돈도 생기고 집도 생기고 차도 생겼습니다. 수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휴가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니키포르는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평생 살아온 대로 그저 계속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여전히 먹을 것을 구걸하고, 돈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돈을 쓸 줄 몰랐을 겁니다. 더할 나위 없이 선하고 가여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요양소에서 맞은 니키포르는 냅킨 위에 그린 그림에다 이렇게 썼습니다.
“니키포르는 천국으로 간다.”
그는 이 땅에 와서 그림만 그리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간 천사 같은 화가였습니다. 그의 삶과 그림은 자기 자신을 작고 초라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힘과 따스한 위안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작가 소개
마리아 스트셸레츠카 글·그림
마리아 스트셸레츠카는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 미술원을 졸업했고, 회화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매이션 영화 제작자, 펑크 그룹의 베이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이기도
합니다. 먼 북극의 나라들과 가까운 베스키디 지방을 사랑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말라무트 개
한 마리를 기르며 살아갑니다. 데뷔작 《장난이 아닌 베스키디》로 2019년 올해 최고의 어린이책에
주는 페르디난드 상을 받았고, 2020년 폴란드 IBBY의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습니다.
이지원 옮김
이지원 번역가는 그림책 기획자, 연구자,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의 〈위쳐〉 시리즈, 《파란 막대‧ 파란 상자》 《잃어버린 영혼》 《생각하는 건축》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꿀벌》 《나무》 등의 폴란드 책을 우리 말로 옮겼습니다. 이 책을 옮기며 크리니차와 로마누프카를 방문하고 마리아 스트셸레츠카 작가를 만났습니다. 작가와 함께 니키포르 이야기를 읽고 보고 느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차례
어린 시절 6
동방정교회 10
크리니차 14
도장과 서명 24
친구 하우코 28
상상의 세계 32
풍경 36
기차 여행 40
건물 46
외로움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