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 – FM 『세계음악여행』의 10년 지기 진행자,
KBS – FM 정은아의 『세상의 모든 음악』 수요일 코너 ‘세상 골목에서 음악을 듣다’의 담당 패널,
오랜 세월 세계음악의 깊고 진한 울림을 소개해 온, 음악 칼럼니스트 강민석의 첫 번째 음악 산문집
음악 칼럼니스트 강민석의 첫 번째 산문집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은 음악 칼럼니스트자이자 라디오 진행자로서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강민석의 첫 번째 산문집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여러 대중매체에 기고한 글 가운데 특별히 마흔 네 꼭지의 글을 골라 정성스레 묶었습니다.
성대결절과 폐결핵 때문에 노찾사 멤버에서 음악 칼럼니스트로 변신
1980년대 후반 즈음 강민석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였습니다. 민중가요 중흥기에 안치환, 권진원 등과 함께 수많은 공연활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하다가 성대결절 및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부득이하게 활동을 정리한 그는, 책 편집자 그리고 음반기획자로 일하면서 노래운동가로서 못다 이룬 마음속 소망을 ‘음악칼럼’을 본격적으로 쓰는 새로운 길에서 모색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세계음악의 깊고 진한 울림을 소개하는데 헌신
강민석은 좋은 음악 칼럼이 아름다운 음악처럼,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강민석은 보통 사람들에게 세계음악의 깊고 진한 울림을 소개하는데 자신의 삶을 모두 바쳐왔습니다.
강민석의 글이 특별한 이유
이것이 바로 강민석의 글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벽면을 꽉 채운 시디 앞에 서서 음악을 고르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시디를 넣고 듣고 또 다시 듣는 모습도 보입니다. 때로는 그와 함께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고 꿈을 꾸는 상상도 하게 됩니다. 꿈 속에서는 그가 들려주는 음악가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강민석의 글에서는 지구상의 음악가들이 꽃피운 음악으로 정원을 일구는데 헌신하는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민석의 글을 읽으면 마이클 잭슨도 절친한 친구가 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이클 잭슨’에 관해서도 강민석의 글을 읽고 들으면 새로운 느낌을 발견을 하게 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그저 뛰어난 상업성을 갖춘 유행음악이라고 여기던 사람조차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마이클 잭슨’을 폄하했던 적이 있었음을 돌아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절친한 친구가 남긴 음악적 유산으로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세계 음악 여행, 세상의 모든 음악 그리고 세상 골목에서 음악을 듣다
강민석이 소개하는 음악가들은 장르도 다양하고 지역도 다양합니다. 그가 불교방송 라디오(BBS-FM) 에서 10년 넘게 진행하는 음악프로그램이 바로 『세계음악여행』이고, 최근에 패널로 출연하는 KBS 클래식FM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세상의 모든 음악』입니다. 심지어 그가 맡은 코너의 제목은 ‘세상 골목에서 음악을 듣다’입니다.
그가 세계음악을 지구음악이라고 부르는 이유
흔히 ‘세계음악’을 주로 소개하는 강민석은 정작 ‘세계음악’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세계음악’이라는 용어가 음악을 편가르고 세분화하는 느낌을 받는가 봅니다. 그래서 그는 굳이 ‘지구음악’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우리는 모두 말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모든 것이 지구의 음악이고 인간의 음악이라고 말하려는가 봅니다.
뜨거운 차와 오디오를 곁에 두고 안단테로 읽는 책
“에디트 피아프의 뜨거운 삶으로 시작해서 숲 속에 침잠하는 중년이 된 소년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글로 전하는 음악들이 순간 너무나 간절하여 당장 찾아 듣고 싶은 맘을 누르기가 어려웠거든요. 생의 어두움과 절망 속에서 연약한 삶들이 마음에 품은 애처로운 희망을 만날 땐 기어이 뜨거운 차 한 잔 내려 마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의 진행자인 정은아씨의 말대로 이 책은 단숨에 읽히지 않습니다. 안단테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입니다. 이 책을 읽으려면 뜨거운 차와 오디오가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마치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번역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이라는 제목은 원래 스코틀랜드 가수 이소벨 캠벨이 부른 노래 「The Breeze Whispered Your Name」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The Breeze Whispered Your Name」이라는 제목을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이라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분명 강민석이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외국 음악들은 모두 강민석의 공력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제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타고난 음악가이기도 한 그가 우리말로 번역한, 아름다운 제목들을 음미하는 일도 분명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강민석 글
음악 칼럼니스트. BBS-FM의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 『세계음악여행』을 2001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KBS-1FM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는 ‘세상골목에서 음악을 듣다’라는 코너의 담당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이런저런 대중매체에 월드뮤직 관련 음반 해설 및 칼럼을 기고한다.
방송과 지면을 통해 음악을 소개하고 음악산문을 쓰는 일에 전념하기 전 1980~90년대에는 문화 동네 사람들 상당수가 그렇듯 관련된 인접 분야에서 길을 찾아왔다. 민음사에서 책 편집자로, LG미디어와 다음기획에서 음반 기획자로 일했고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의 제작이사를 맡기도 했으며, 그보다 더 오래 전 80년대 말미에는 노래운동 모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인 적도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마음을 치유하는 지구음악의 감성적이고도 생태학적인 지도를 ‘지금 여기 우리’에 맞게 재구성하는 현재의 작업을 혼자서 혹은 때때로 미술, 문학, 영상 등 다른 분야 작업자들과 간헐적이지만 공유하면서 천착한다. 아주 느리게.
•이 책을 권하며 1_정은아•9
•이 책을 권하며 2_김봉석•12
제1부 여행자, 그의 이름은 음악
•에디트 피아프, 노래하는 작은 새 혹은 사랑의 화신•19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에디트 피아프 샹송 100곡Edith Piaf 100 Chansons』
•일몰의 정원에서 세월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이•27
프랑수와즈 아르디Françoise Hardy의 『삽화Parenthèses』
•인생의 아이러니, 머물다 떠나는 자화상•32
케렌 앤Keren Ann의 『케렌 앤Keren Ann』
•세상의 여린 것들을 다독이는 무공해 어쿠스틱 포크•39
캐서린 윌리엄스Kathryn Williams & 닐 맥콜Neil MacColl의 『둘Two』
•외로움에 대한 우아한 성찰•46
윌리엄 핏츠시몬스William Fitzsimmons의 『참새와 까마귀The Sparrow and The Crow』
•대자연과 영혼의 대화, 네이티브 아메리칸 플루트•53
R. 카를로스 나카이R. Carlos Nakai의 『친구의 속삭임A Friend’s Whisper』
•사라진 대지의 친구들과 만나는 바람소리•60
『인디언의 길Indian Road 3』
•청아한 목관악기로 만나는 아이리쉬 뮤직과 클래식의 보석•67
데이비드 애그뉴David Agnew의 『데이비드 애그뉴의 베스트The Best Of David Agnew 1987-2004』
•자연과 인생의 신비를 노래하는 바람의 멜로디•72
에릭 치료쿠Eric Chiryoku의 『겨울 이야기Winter Story』
•신사의 탱고를 위한 우아한 격정의 이중주•78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따Bandini & Chiacchiaretta의 『신사의 탱고Hombre De Tango』
제2부 계절의 길목마다 꿈꾸고 흘러가다
냉랭하게 센티멘털하기, 봄
•팝의 황제 혹은 마법사의 짧고 강렬한 삶•88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추억하며
•무자비한 달과 별의 무상한 노래•94
라드카 토네프Radka Toneff의 『동화Fairytails』
•새벽 너머 들려오는 사랑의 목소리•98
올리비아 이미Olivia Hime의 『깊은 새벽Alta Madrugada』
•유리알처럼 맑은 아침, 헤세에게로 산책하는 피아노•102
베른바르트 코흐Bernward Koch의 『몬타뇰라Montagnola』
•월든 호수의 잔물결 앞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106
커트 베스터Kurt Bestor의 『스케치Sketches』
•사라진 격정, 우아하고 쓸쓸한 흔적들•110
리카르도 꼬치안떼Riccardo Cocciante의 『소녀 마르게리따를 위한 협주곡Concerto Per Margherita』
•냉랭하게 센티멘털하기•115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브리터 레이터Bryter Layter』
•편집증, 욕망, 창백하고 우아한 유아기•119
차르The Czars의 『굿바이Goodbye』
•그가 기록한 심연의 풍경•124
존 로드Jon Lord의 『음표 너머에Beyond The Notes』와 『내면의 풍경Pictured Within』
•중세의 옷을 입고 예이츠를 노래함•130
칼라 로더Carla Lother의 『덧없음Ephemera』
•지평선에 서서 달그림자를 바라보다•135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의 『섬에서On An Island』
외로움은 나의 힘, 여름
•지중해, 저녁노을과 바람의 하모니•142
수레다Sureda의 『모두 혹은 아무것도Toda Nada』
•파란 지중해가 담긴 유리잔 너머•146
비아Bia의 『방황하는 마음Coeur Vagabond』/킹즈오브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텅 빈 거리에서의 소요Riot On An Empty Street』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150
모야 브레넌Moya(Maire) Brennan의 『두 개의 지평선Two Horizons』
•바닷새의 비행-외로움은 나의 힘•156
쉬어워터Shearwater의 『날개 달린 인생Winged Life』
•이베리아 집시의 방랑과 로망, 누에보 플라멩코•160
비센테 아미고Vicente Amigo의 『감사의 오솔길Paseo de Gracia』
•소통하고 스며들지어다, 그들의 탱고처럼•164
바호폰도Bajofondo의 『달콤한 바다Mar Dulce』
•은닉된 욕망과 그림자를 아우르고 이해하기(의 어려움)•168
신이경의 피아노 솔로 『포옹Embrace』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가을
•염세적인, 지독히 아름다운 멜로디의 위안 속으로•174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다섯 잎 남았네Five Leaves Left』
•아스팔트 위의 고독한 자연주의자•178
마이클 헤지스Michael Hedges의 『마이클 헤지스의 베스트The Best Of Michael Hedges』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183
이소벨 캠벨Isobel Campbell의 『아모리노Amorino』
•치유를 위해 세상에 보내진 트롬본과 기타의 이중주•187
닐스 란드그렌Nils Landgren과 요한 노르베리Johan Norberg의 『챕터 2Chapter 2』
•슬라브의 추억, 맨해튼 야경 안으로•192
안나 마리아 요뻬끄Anna Maria Jopek의 『기쁨Upojenie』과 『맨발Barefoot』
•시간과 공간, 저녁과 밤 사이를 향한 단독비행•198
마이클 브룩Michael Brook의 『코발트블루Cobalt Blue』와 『검은 바위Black Rock』
•중앙아시아 간이역 쓸쓸한 무리들•203
아누아르 브라헴 트리오Anouar Brahem Trio의 『아스트라칸 카페Astrakan Cafe』
•저항과 낭만의 서사를 음미하며•207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
•세상의 모든 파졸리니들을 위한 흑백의 아포리즘•213
스테파노 바타글리아Stefano Battaglia의 『파졸리니에게로 회신Re: Pasolini』
겨울 저녁에 떠나는 것이 좋겠다, 겨울
•회복의 시간을 위해 낮게 울리는 기타•218
윌리엄 애커맨William Ackerman의 『귀환Returning』
•우주의 바다로 흐르는 풍경과 시선•223
에버하르트 베버Eberhard Weber의 『물 흐르듯 살랑이다Fluid Rustle』
•새로운 과거가 오래된 미래에게 거는 말들•229
블리스Bliss의 『조용한 편지Quiet Letters』
•겨울의 어둠과 그늘을 위한 주문•234
스팅Sting의 『어느 겨울밤이면…… If On A Winter’s Night……』
•히브리어로 노래하는 길의 성찰•240
하바 알버스타인Chava Alberstein의 『야생화처럼Like A Wildflower』
•세상의 차가운 저녁 속으로 낮고 느리게 활강•244
아르코Arco의 『절제Restraint』
•겨울 저녁에 떠나는 것이 좋겠다•249
랄프 타우너Ralf Towner의 「촛불의 침묵The Silence Of a Candle」
•에필로그•252
┃이 책을 권하며 1┃
정은아(방송인)
일주일에 한 번 『세상의 모든 음악』 스튜디오를 찾는 강민석 씨의 모습은 조금 기이한 데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꼿꼿한데 어딘가 구부정하지요. 구김 있는 셔츠가 잘 어울리지만 늘 들고 다니는 사각의 가방처럼 빳빳한 구석이 있습니다. 길고 마른 체격이 까다로운 인상을 주는가 하면 방송 전 셔츠 끝으로 쓱쓱 닦는 안경은 언제나 부옇습니다. 그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법이 없지요. 적확한 단어를 고르고 뜻을 제대로 짚어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나 할까요. 오래 마이크 앞에 앉아 본 사람 특유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그의 호흡과 화법이 제게는 참으로 낯설었습니다. 그것은 그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데도 30분 남짓 주어진 그의 코너 ‘세상 골목에서 음악을 듣다’는 조금씩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새벽 길에 혼자 하는 산책과 음악 없이 떠나는 여행에 대하여, 고독과 먼 곳에 부는 바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말을 그대로 글로 옮겨 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과연 그의 글은 그대로 그의 말이더군요. 아니 오히려 더 말다웠다……라고 말한다면 이상할까요. 친근함과 온기가 더해진.
에디트 피아프의 뜨거운 삶으로 시작해서 숲 속에 침잠하는 중년이 된 소년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글로 전하는 음악들이 순간 너무나 간절하여 당장 찾아 듣고 싶은 맘을 누르기가 어려웠거든요. 생의 어두움과 절망 속에서 연약한 삶들이 마음에 품은 애처로운 희망을 만날 땐 기어이 뜨거운 차 한 잔 내려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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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 타고 남은 재 속에서도 무언가를 찾아 뒤적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타오르던 열망이 가라앉고 식어 버린 뒤에도 적막함을 견디며 그 시간의 흔적을 기어이 찾아내어 그의 창 앞에 올려놓을 것 같습니다.
힘을 빼고 노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의 말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는 순간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노래요 음악이지요. 이 책이 음악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며 그러나 상처받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한 끼의 식사가 되고 한 편의 시가 되며 위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게 그러하였듯 드넓은 음악의 바다를 항해해야 할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또한 그의 글 가운데 ‘냉랭하게 센티멘털하기’는 바로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임을 독자 여러분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권하며 2┃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前 『브뤼트』 편집장)
영화를 비롯한 잡다한 분야의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입장에서 본다면,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 음악에 관한 글이다. 아예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모 일간지 문화부에 있을 때 대중음악 담당이기도 했고, 다른 모 일간지에는 영화음악 칼럼을 쓰기도 했다. 어릴 때는 『월간팝송』을 끼고 살았고 아트 록과 재즈에 심취한 적도 있었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조금, 조금 더 아는 수준이다. 그러니 음악에 대해서도 못 쓸 건 없다. 화성이, 악곡이 하는 전문적인 내용을 떠들 것이 아니라면, 감상을 적고 역사를 훑고 하는 정도라면 못 쓸 것도 없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 글을 쓰기는 역시나 꺼려진다. 그냥 감상 정도라면 능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악의 정취가 어떻고, 어떤 감흥을 불러오고, 또는 음악의 사회적 의미나 트렌드에 대해서도 쓸 수는 있다. 요컨대 음악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 건드리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의 테크닉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여전히 꺼려진다.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뭔가 다른 영역인 것만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감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른 무엇인가, 음악에게는 있다. 어쩌면 강민석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것일 게다.
‘음악은 사각의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보지 않는 ‘청각’의 경험입니다.’
결국은 ‘사각의 프레임’으로 환원시켜 이해를 하겠지만, 청각은 말 그대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다. 영혼에게 형식이 있다면 음악과 가장 유사할 것이라는 말에, 나는 적극 동의한다. 희로애락을 넘어 경건함과 때로는 초월까지 직접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음악의 힘이란 게 거기에서 기인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음악은 때로 영혼의 한가운데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유유자적하게 흘러 들어온다. 그러니까 그냥 느끼는 것이다. 음악의 무엇과, 내 안의 무엇이 조응, 공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에 관한 글쓰기는 여전히 꺼리면서.
강민석의 글은 익히 보아 왔지만,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브뤼트』를 만들면서 칼럼을 받았을 때였다. 『브뤼트』에서 칼럼을 받을 때는, 가급적 필자가 원하는 글을 자유롭게 쓰게 하는 것이 모토였다. 데스크의 입장이 되어, 차분하게 읽은 그의 글은 정갈하면서도 자유로웠다. 음악에 대해 쓰는 글이 가장 재미없게 읽히는 순간은, 자유롭지 않을 때다. 정보에 짓눌리거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음악의 정취를 훼손하거나, 의도적인 거짓을 남발할 때.
음악이라는 형식은 그 어디에도 구애 받지 않는다.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자신의 노래가 있다. 그들의 영혼이 토하는 대로, 그들의 노래는 만들어진다. 그들이 살아온 대로, 그들의 역사가 만들어진 대로. 전혀 살아 본 적도, 만나 본 적도 없는 이들의 노래에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조응하는 건, 머리로 이해하지는 못해도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영혼을.
그의 글은, 그 자유로움을 따라가는 것만 같다. 은은하게, 차분하게 음악이 이끄는 대로 독자를 이끈다.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느끼는 그들의 영혼을 통해 우리는 결국 나의 영혼을 들여다보게 된다. 강민석의 글은, 그런 진정한 치유의 음악을 만나게 하는 훌륭한 예언자다. 먼저 그 음악을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친절한 글로 우리를 음악으로 인도해 주는. 마침내 나를 만나게 하는.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은 에디트 피아프, 마이클 잭슨, 닉드레이크, 데이비드 길모어, 존 로드 같은 친숙한 뮤지션부터 그리스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브라질의 올리비아 이미, 독일의 피아니스트 베른바르트 코흐, 스페인의 수레다, 집시인 비센테 아미고, 한국의 피아니스트 신이경, 튀니지의 아누아르 브라헴 그리고 네이티브 아메리칸 플루트 연주자인 R. 카를로스 나카이와 인디언 음악인 『인디언의 길』 등 세상의 모든 음악을 선보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책을 덮고 나면 아니 당장 글을 읽어 내려가는 그 순간 순간, 바로 그 음악이 듣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 당장 이 음반들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 나도 그게 걱정이다.